나의 우울증에 관하여#26
4년 전, 출근길 버스 안에서 처음으로 공황 발작을 겼었다.
숨이 막히고 시야가 좁아졌고, 이대로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처음 정신과를 찾았고,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약을 처방받았지만 3년 가까이 복용은 들쭉날쭉했다.
증상이 심해지면 약을 먹고, 조금 괜찮아지면 술을 마셨다.
그때는 약보다 술을 더 빠르게 나를 진정시켜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보면, 그 믿음은 착각이었다.
올해부터는 처방받은 약을 비교적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
의존이 커지는 것 같아 불안할 때도 있지만, 이것을 장기치료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확실한 건, 감정의 급격한 추락은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바닥 아래로 끝없이 가라앉던 최악의 우울은, 적어도 막아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완전히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재작년보다는 작년이, 작년보다는 올해가 조금 더 쉬기 편해졌다는 정도다.
주치의와 상담하며 약의 용량과 종류를 조절하고 있다.
용량이 늘어나는 것이 반갑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나아가 맞는 균형점이 있으리라 믿고 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초기에 복용하던 약보다 지금의 약이 나에게는 훨씬 맞는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잔잔한 날들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나 자신을 지키는 연습을 계속해야 하고, 그래야만 한다.
약은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술은 분명히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실을 더 분명하게 배우고 있다.
가끔은 세상에 혼자 내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럴 때면 몸이 먼저 긴장하고, 불안과 초조가 따라온다.
"괜찮다. 아무 일 없다."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해본다. 효과가 없어도 어쩔 수 없다.
불안이 지나가기를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 때도 있었다.
결국, 나는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앞으로는 약을 꾸준히 목용하며
나를 달래는 방법을 하나씩 더 만들어가려 한다.
나는 '소확행'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을 느껴본 적도, 제대로 이해해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꼭 행복해야 할까.
꼭 즐거워야 할까.
나는 가라앉지만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세상은 반드시 핑크빛으로 바라봐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나는 이 회색빛 세계에서도 충분히 고요할 수 있고,
그 고요함이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