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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5성급 호텔이 아니었다.

엄마에게 깨달음을 주는 아이

by 필로니


태국의 몰디브라 불리는 곳, 꼬리뻬.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반짝이는 천국 같은 곳에서 며칠을 보내던 중, 북쪽 해변으로 혼자 산책을 다녀왔었다.



한참을 걷다가 딱 봐도 엄청나게 좋아 보이는 리조트를 발견했다. 그곳만 다른 공기가 흐르는 듯 보였고, 그 앞에서 책을 보는 관광객들의 모습은 그림 같았다.




얼른 구글맵을 열어 어딘지 검색해 보았다. 5성급 호텔이었다. 5년째 일을 안 하는 우리 부부가 택한 우리 숙소는 작고 아담한 3성급 호텔이었기에 순간 그 5성급 호텔에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와.. 여기에서 묵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아 보니 1박에 2인 기준 140만원이 넘는 곳..이었다.)



산책을 마치고 남편에게 와서 말했다. “여보, 천국은 저기에 있던데? 나 괜히 다녀왔어 하하” 농담 반 진담 반이었던 내 말을 듣고 남편은 웃어넘겼다.








잠시 후 모래놀이를 마친 둘째 강아지가 내게 와서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그거 알아?”

“뭐~ 우리 강아지~? “

작고 동그란 얼굴을 붙잡고 물었더니 아이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엄마는 천국이야. 엄마는 너무 좋아. 그래서 엄마는 천국이야.”




‘천국’이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꼬리뻬에 와서 엄마 아빠 언니가 계속 ‘와 천국 같다’라고 말하니 천국이라는 게 뭔가 대단히 좋은 거 같았던 우리 막내. 그 뭔지는 모르지만 대단히 좋은 뜻을 가진 것 같은 그 단어로 엄마를 표현하고 싶었던 다섯 살 아가.



저기 멀리 있는 5성급 호텔을 보고 천국은 저기에 있었다고 말한 엄마에게 깨달음을 주려는 아기천사 같았다. 아이를 꼭 안고 고맙다고 말한 후 남편을 불러 말했다.



“여보, 천국은 저기 있지 않네. 여기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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