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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서도 빛나는 국민 며느리상

완벽한 옆자리 승객

by 필로니


말레이시아에 온 첫날.



둘째가 자다가 코피를 흘렸다. 코피 사태를 수습하고 아이를 재우고 나니 새벽 4시경. 한국시간으로는 5시쯤. 평소 일어나는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다시 잠이 들지 못했다.



좋다. 글 쓰는 새벽.






7시간 정도 되는 길고 긴 비행시간 동안 아이들이 참 잘 있어주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났는데도 첫째는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높은 텐션을 유지한 채 오는 내내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둘째는 예쁘게 잘 자고 일어났다.



저번 비행 때는 내가 아이들과 3명 자리에 앉고, 남편이 통로를 사이에 두고 옆자리에 앉았었다. 그때 혼자 앉아있던 남편이 참 부러웠더랬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혼자 앉았다.



내 옆자리에는 호주에 있는 20대 아들들을 만나러 가시는 한국인 어머님이 앉아계셨다. 오는 동안 대화를 조금 나누며 왔는데 말투가 상당히 우아하시고 매너도 좋으셔서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분이 내리기 전에 말씀하셨다.



"어쩜 아이들을 저렇게 잘 키웠어요? 아이들이 이 긴 시간 동안 아무 (칭얼거리는) 소리도 없이 와요 어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말, 아이들을 잘 키웠다는 말까지 해주시는 이 분. 옆자리 승객으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그러고는 사랑하는 자식을 보는 듯한 따뜻한 눈빛까지 장착하시고 덧붙이셨다.



"책을 계속 읽던데 어흥~(예뻐죽겠다는 듯한 감탄사인데 어흥 말고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호랑이 소리는 아니다. 기분 좋은 콧소리를 내셨다.) 나는 정말~ 딱! 이런 며느리 보고 싶어~"



어머님이야말로 너무 좋은 분이신 듯 해 내가 미혼이었다면 아드님의 외모와 성격 등이 궁금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남편과 자식 둘이 있기에 착한 며느리 웃음을 날리며 예의 바른 몸짓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그러고 나서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평소보다 더 예뻐 보이는 요 보물들. 어딜 가나 칭찬받는 우리 아이들. 힘들었을 텐데 짜증 안 내고 잘 있어줘서 참 고마워. 덕분에 엄마 또 국민 며느리상 뽐냈어.



어머님~ 책 읽는 며느리를 보고 싶으시다면 아드님이 책 읽는 사람이면 돼요. 우리 남편이 책을 좋아해 제가 책을 읽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뭐- 옆에 앉은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문제없이 나누시는 멋진 모습과, 승무원들이 주문과는 다르게 만든 음료에도 그냥 달라고 아량을 베풀어주시는 훌륭한 품성을 갖고 계신 걸 보면 우리 남편 보다도 더 멋지게 아드님을 키워내셨을 것 같네요.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끌어당기니 저 같은(?) 훌륭한 며느리 반드시 만나실 거예요. 지금은 퍼스에서 아드님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시겠죠? 즐거운 여행 되세요! 우리 가족 여행의 시작에 행복한 조미료 솔솔 뿌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젊었을 땐 어머님들이 딱 좋아할 - 복스러운, 즉 볼살이 많은 - 얼굴이라는 소리가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은 그냥 마냥 좋다.



헤벌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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