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루틴을 해왔더니?!
인내심, 끈기, 근성 이런 분야에는 영 소질이 없다. 기질 테스트, 심리 테스트 같은 걸 해 봐도 늘 인내심과 관련된 점수가 낮게 나왔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나는 끈기 같은 건 안 키우는 사람이다. 라며 나 자신을 낙인찍으며 살아왔다.
첫째가 공부를 하고, 나는 뒤에서 홈트를 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점핑잭을 컨디션에 따라 300-500개 정도 하고 있는데 그날은 후반에 많이 지쳐 있었다. 그래서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엄마가 너무 앓는 소리를 하니 아이가 물었다. 엄마 몇 개 할거야? 400개. 지금 몇 개 째야? 300개 넘었어. 힘들어 죽겠는데 왜 자꾸 말을 시키나 생각하고 있는데 딸이 말했다.
“와 엄마 정말 대단하다! 엄마는 끝까지 할 수 있을 거야! 엄마는 포기를 안 하는 사람이니까.”
순간 운동을 멈췄다. 내가 포기를 안 하는 사람이라고? 나 포기랑 되게 친한 사람이었는데? 딸에게 되물었다. 엄마가 정말 포기를 안 하는 사람이냐고. 되묻는 엄마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을 해보던 아이가 입을 열었다. 그리곤 단호하게 말했다.
“응. 엄마는 포기를 안 해. 적어도 내 앞에서는 엄마가 뭘 포기한 적은 없어. “
나의 아이가 내 가슴에 두둥- 하고 아주 크게 북을 쳤다. 내가 제일 인정받고 싶은 존재인 가족, 그중에서도 특히 나의 아이들. 그 아이가 나의 끈기 점수를 아주 후하게 주었다.
무엇이 아이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갖게 했을까 생각해 보니 ‘운동’이다. 매일 엄청나게 열심히 운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될 수 있는 한 매일 꾸준히 하려고 노력한다.
새벽에 달리기를 하고 와 땀에 흠뻑 젖은 엄마를 보며, 나가서 하지 못하는 날엔 집에서 점핑잭이든 유튜브로 홈트를 하든 꼭 운동을 하려고 하는 엄마를 보며, 매일 아침 독서로 하루를 시작하고, 다이어리에 매일 기록을 하는 엄마를 보며, 아이의 머릿속에 우리 엄마는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이다.
공부는 결국 성실함이 수반되어야 한다. 아이가 성실함을 장착한다면 우선 공부 걱정은 많이 던 셈이다. (효율적인 공부법 같은 건 나중에 배워도 되지만 성실함은 배운다고 쉽게 갖춰지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그 성실함을 어떻게 키워줘야 할까? 매일 10분 독서를 점점 늘려 그 시간을 20분 30분으로 만들어 엉덩이 힘을 기르기, 숙제나 공부 등 할 일을 다 마치고 놀게 하기 등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좋다고 하는 방법들을 다 써도 부모가 전혀 성실하게 살지 않는데 과연 아이가 성실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아이에게 성실함을 가르치기 위해 그 모든 걸 해온 건 아니지만, 내가 그저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그 자체가 아이에게 백 번의 좋은 말보다 천 배, 만 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모습, 그게 그리 대단치 않은 것일지라도 ‘꾸준히’ 하기만 한다면 아이에게는 크게 닿을 수 있다는 걸 늘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