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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안 지켜진 방학 계획

매일 도서관 가기는 무리였다.

by 필로니


겨울방학에 한 달 살기 여행을 다녀왔는데도 또 한 달이 남아있다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초등 겨울 방학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자, 이제 야무지게 세웠던 겨울방학 계획을 실행시켜 보자. 하고 2주가 지났다. 우선 아이의 원씽은 운동이었다. 그래서 월수금은 오전엔 수영, 화목 오전엔 인라인 강습을 듣는다. 하지만 독서는 늘 생활화해야 하기에 운동 가기 전에 도서관을 가려고 했다. 그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둘째는 유치원을 간다. 언니는 방학이다. 둘째가 등원 거부를 할 줄 알았다. 언니는 집에 있는데 자기민 가야 하니까. 그래서 둘째가 등원할 때 온 가족이 나가 잘 다녀와 인사하고 도서관에 가려 했다.



그런데 웬걸. 둘째가 유치원에 너무 잘 간다. 그래서 온 가족이 도서관에 가서 아침을 시작하려 했던 야무진 계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9시 반쯤 둘째가 집을 나서면 부랴부랴 첫째에게 너도 이제 공부를 시작하자고 한다. 체계적인 도서관 방문 계획은 물 건너갔다.



운동 다녀오면 할 일을 모두 다 끝내고 영어학원 다녀오면 쭈욱 놀게 하겠다는 계획도 안 지켜지고 있다. 운동 다녀와서도 놀 때도 있고 매일 다르다. 그래서 저녁에서야 할 일을 부랴부랴 급하게 끝내고 그러는 과정에서 아이를 혼내고 다그치고 하는 일들이 생긴다.



그래도 놓지 않는 책읽기


처음엔 방학 계획을 세우고 잘 안 지켜서 속상했다. 하지만 뭐 어때, 이제 2학년 올라가는 어린아이인걸. 하며 털어냈다. 말 그대로 방학이다. 좀 느슨해지면 어떤가. 그래도 어쨌든 매일매일 정해진 수학 문제집도 풀고 있고, 영어학원 숙제도 해 나가고 있다.



동생과 끝나지 않는 상황극을 하며 실컷 놀기도 하고, 동생이 유치원에 있는 사이에 엄마, 아빠를 독차지하며 아기처럼 굴며 사랑받는 시간을 만끽하기도 한다.



그래, 체계적으로 너의 학습 습관을 이끌어나가지 못하는 건 엄마가 체계적인 사람이 아닌걸. 계획대로 잘 안된다고 너를 다그치는 건 엄마의 잘못이야. 우리 큰 계획(운동)은 잘해나가고 있잖아? 이걸로 된 거야.



바깥 활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중


엄마가 이런 긴 긴 방학은 처음 당해봐서(?) 좀 당황스러웠어. 방학의 ‘방’이 놓을 방 이더라. 방학은 ‘학습을 놓다’라는 뜻인 거지. 엄마는 왜 학습을 놓지 못하니. 그래도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이었다가, 마냥 놀기만 하게 해주고 싶다가 엄마 마음이 왔다 갔다 해.



엄마가 학부모가 처음이라 그래. 방학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도, 뭔가 뒤죽박죽이어도 이런 엄마를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워. 남은 2주간의 방학은 엄마가 좀 더 ‘놓을 방’에 집중해 볼게. 우리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놀자!



그런데 내년 겨울방학엔 어디 두 달 살기라도 해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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