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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요구한 생일선물

그게 왜 선물이 돼?

by 필로니


그 아주머니의 영상이 왜 우리 앞에 나타났을까. 이제와 괜히 그분이 원망스럽다.



첫째 딸과 같이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다가 갑자기 어떤 썸네일이 스쳐갔는데 아이가 이거 궁금하다고 갑자기 한 번 보자고 했다.



유튜브 캡쳐화면


영상 속에서 자꾸만 엄마와 같은 ‘평범한 40대 가정주부’라는 부분이 강조되어 그런지 채니는 영상을 초집중해서 보더니 결국 영상이 끝난 후 “엄마도 해봐!”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릴 해댔다.



이거 아무나 못해. 엄만 안돼.라고 말해보았지만 아이의 눈은 이미 기대감에 반짝반짝 빛났다. 저분도 성공하셨으니 우리 엄마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끼는 모양이었다.



전 세계에 턱걸이를 할 수 있는 여자의 비율이 1%라고 한 걸 어느 책에선가 본 것 같다. 그래서 아이 못지않게 나도 완강하게 거부했다. 저건 못한다고. 안 되는 거라고. 그랬더니 대뜸 하는 말이,


“엄마! 내 생일선물로 해줘! “


자신의 생일선물로 ‘엄마의 풀업 성공’을 요구하다니.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 8세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한 번 해봐??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용기가 생겼다. 술도 안 마셨는데 그 무리한 제안에 오케이 해버렸다.



풀업 머신으로 연습 시작한 애송이


아이의 생일은 6월 중순. 4개월 정도 남았다. 영상 속 그분은 한 개 성공하기까지 반년이 걸렸다고 했다. 처음 시작하실 때 체중이 많이 나가셨었다고 하니, 운동을 조금이라도 꾸준히 해 온 나는 4개월이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겁도 없는 계산을 하고 있다.



나중에 아이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생일선물로 이런 걸 받고 싶어?”

“엄마가 엄청 뿌듯해할 것 같아서.”

“그니까, 엄마가 뿌듯해하는 게 왜 생일선물이냐고. “

“엄마가 행복한 게 나한텐 선물이야. “



출처 : pixels


순간 저 아래 깊은 곳에서 감동의 눈물이 뜨겁게 차올랐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아이에게 뽀뽀를 해주고 따뜻하고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알았어. 엄마의 풀업 성공을 생일선물로 줄게. 꼭 성공할게 엄마.”



그렇게, 풀업 성공을 향한 엄마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시작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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