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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영어유치원에 가는 너에게

첫째도 영유, 둘째도 영유

by 필로니



언니가 다녔던 곳에 자신도 다니게 된다는 사실이 마냥 기쁜 우리 집 막내 예니. 예니가 가게 될 영어유치원(정확히는 어학원이지만, 편의상 영어유치원이라 함)의 이름은 ‘폴*’이다. 몇 밤 자면 폴*에 가냐고 새로운 곳에 갈 날을 생일보다도 더 기다리던 아이. 그렇게도 좋을까.



예니에게 폴*는 천국 같은 곳인 듯하다. 그럴 이유가 있다. 언니가 폴*를 정말 즐겁게 다녔다. 혹자는 영어유치원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정말 행복하고 즐겁게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언니가 그렇게도 폴*를 좋아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자라온 예니의 눈에는 그곳의 이미지가 좋을 수밖에 없다.






학습식 유치원이라 누군가는 자신의 아이가 힘들어할까 봐 걱정하는 그런 곳이기도 하지만, 첫째 채니는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다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엄마인 내가 성적에 전혀 압박을 주지 않은 게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한다.



학습식 영유라 매달 테스트가 있다. 이 부분에도 말이 많은데, 스트레스를 주는 건 원이 아니라 부모다.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중요한 건 선생님의 말보다 부모의 말과 표정이기 때문이다. 원에선 당연히 아웃풋을 내기 위해 테스트를 보는 것이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잘 봐야 한다는 말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부모는 안 해도 된다. 아니, 하지 말아야 한다.



영유 시험 점수가 뭐라고. 아이의 인생 전체로 보면 정말 먼지 같은 아니, 먼지보다도 작은 아무것도 아닐 그 점수. 신경 안 쓰면 된다. 하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모는 점수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나는 아이에게 테스트 결과를 한 번도 알려준 적이 없고, 잘 봐야 한다고 말을 한 적도 없다. 6세 땐 테스트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고, 7세 정도 되어서야 천천히 풀으라고만 말해주었다. 테스트 후에는 최선을 다했어? 그래 잘했어 우리 딸. 하기만 했다. 몇 개 틀렸는지 말해주지 않았고, 다 맞았어도 말해주지 않았다. 다 맞은 걸 아는 순간 다음 시험이 부담으로 다가올 테니.



그랬더니 첫째의 담임이었던 선생님이 어느 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최상위 수준의 아이들 중에 채니처럼 시험 때 긴장을 전혀 안 하고 여유로운 아이가 없다고. 정말 편안한 표정으로 문제를 푼다고. 그렇게 즐겁게 영어를 배우면서도 잘하는 게 부러울 지경이라고. 채니는 이렇게 편안하게 학습식 영유를 졸업하고 초등 연계반까지 즐겁게 다니고 있다. 초1 때 매일 영어학원에 가는 게 마음에 걸려 그만둬볼까? 하는 마음을 내비치면 눈물을 흘리던 아이였다. 그만두기 싫어서.






이런 모든 모습을 보면서 자란 동생 예니는 폴*가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한 곳이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러다가 막상 가보고 크게 실망하면 어쩌지?'하고 걱정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미리 겁을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채니처럼 즐겁게 다닐 수도 있는데 미리 엄마가 겁먹지 말아야지.



의자를 여러개 갖다놓고 폴* 버스에 탔다고 말하는 예니


예니는 몇 개월 전부터 매일매일 "폴* 가려면 몇 밤 남았어?"를 연신 물어왔고, 어제 드디어 한 밤 남았다며 소리를 삐약삐약 질러댔다. 원복을 시도 때도 없이 입어보고 가방을 메고 의자에 앉아 "나 폴* 버스 타쪄~" 하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폴*에 갈 날 만을 기다려왔다. 이제 그날이 왔다. 드디어. 오늘이다.



어젯밤 수많은 준비물들을 하나하나 챙기는데 조금씩 떨려왔다. 둘째라 더 아기 같기만 하다. 새로운 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조금 떨리기도 하지만 아이는 믿는 만큼 자란다. 믿어줘야지.



그리고 채니처럼 아웃풋이 잘 나올 거라는 기대도 하지 말아야지. 채니보다 더 잘할 수도, 덜 잘할 수도 있다. 그건 모른다. 하지만 채니처럼 잘할 거라는 기대를 갖는 순간 재앙은 시작된다. 예니는 예니다. 채니를 보냈을 때처럼, 영어를 즐겁게 배울 수 있게만 하자는 마음, 그 초심을 잃지 말자.



우리 아가. 그저 설레고만 있는 우리 둘째 엄마 딸 예니. 그 마음이 쭉 유지될 수 있게, 언니를 보냈을 때 그러했던 것처럼 엄마 욕심부리지 않을게. 너는 그저 즐겁게만 다녀줘.



우리, 잘해보자!





그동안 <미미한 학부모생활>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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