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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Feb 05. 2024

피할 수 없는 불안은 친해져라

  수험생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심리 상태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불안'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오늘도 불안하기 때문에 공부하러 어디론가 간다. 도서관으로, 독서실로, 스터디카페로, 방의 책상 앞으로. 그리고 불안을 덜기 위해서 오늘 하루동안 해야할 공부를 하고 책장을 넘긴다. 가끔씩 스며드는 게으름조차도 막을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생각과 함께 찾아오는 불안감일 것이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어보는 수험생들은 가끔은 안일한 마음에 못 이기고, 여러가지 잡다한 것들에 마음이 빼앗기기도 한다. 그러나 항상 수험생을 제 자리에 앉히고 펜을 잡게 하는 것은 바로 앞선 시간들에 대한 빚 독촉하기를 좋아하는 불안이라는 존재이다.


  불안은 끊임없이 수험생에게 말한다. 아까 점심을 먹고 나서 1시간동안 무엇을 했냐고. 수다를 떨면서 30분동안은 꿀맛 같은 휴식이었지만, 그 뒤의 시간들은 안 그러지 않았냐고. 생각보다는 필요없는 비효율적인 휴식이 아니였냐고. 수험생들은 그런 말들에 보통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 고개를 푹 숙이고 죄를 지은 사람처럼 기운이 없다. 책상 앞으로 향하는 수험생의 걸음은 가볍지도 않고, 다만 불안이라는 존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눈치 보는 사람처럼 종종걸음으로 걸어갈 뿐이다. 불안은 수험생의 주인이요, 족쇄와 같은 감정이다. 주인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수험생들은 오늘도 펜을 잡는다.


  가끔은 불안을 살며시 잠재우고, 어디론가 향하기도 한다. pc방, 노래방, 카페, 방 안의 침대로. 하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는 법이다. 불안은 다시 찾아오고, 자신을 절대 잊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 말에 겁먹은 수험생은 자신에게 채워진 족쇄를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할 뿐이다. 수험생은 스스로 반성하다가 그것도 모자라 불안의 목소리를 내면화한다. 발에 채워진 족쇄를 팔에도 채워보고, 목에도 채워보고, 몸에 글자를 새겨넣기도 한다. 하지만 수험생은 답답해서 숨도 쉴 수가 없다. 결국 지나치게 치렁치렁한 결박 도구들을 풀고, 발에 있는 족쇄만을 남겨놓는다. 수험생은 불안이 자신에게 채워놓은 족쇄만을 남겨놓고 해야 하는 공부들을 오늘도 묵묵히 견딘다.


  그렇다면 수험생은 어떻게 불안이라는 존재를 떨쳐낼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러한 방법은 없다. 수험생은 불안과 그것이 채워놓은 족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적어도 준비하는 시험이 끝날때까지는 말이다. 불안이 채워놓은 족쇄를 벗어버릴 때 수험생은 기쁨에 겨워 하늘로 날아가버릴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면 지상에서 해야할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다른 세계로 떠나버리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어쩌면 준비하는 시험이 있는 한, 불안으로부터의 자유는 없다. 다만 불안과 공존하는 방법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불안과 공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불안에 대해서 더욱 잘 알고, 불안과 친해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안이 정해놓은 한계선에 대해서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거나, 불안과 서로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 자신의 불안에게 물어보라. 이 정도 행동까지는 허용되는지, 혹은 이 정도 시간은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이 정도 규칙은 융통성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리고 수험생에게는 불안이 채워놓은 족쇄를 그저 받아들이는 연습도 필요하다. 족쇄 자유를 제한하지만, 자유를 완전히 빼앗지는 않는다. 


  무거운 쇠붙이가 달려있는 족쇄를 상상해보라.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지만, 움직임을 불가능하게 하지는 않는다.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지만, 움직임을 불편하게 하고 어느 정도의 제한이 생길 뿐이다. 수험생에게 불안이 발목에 채우는 족쇄는 이와 같다. 우리는 수험생 신분으로도 어떠한 다른 것들도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러나 발목에 채워진 족쇄는 잊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준비하는 시험에 뜻이 있는 한, 적어도 그것을 풀어버리는 시도는 하지 말자. 수험생은 공부를 하며 불안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야하며, 불안이 채운 족쇄에 대하여 망각하지 않도록 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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