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단기 임대 어플에서 알림이 왔다. 강남 일주일 살기를 하는데 집을 마련해준 호스트가 보내온 카페 기프티콘이었다. 카페는 내가 일주일 묵은 오피스텔의 1층에 있었다. 그런데… 내가 휴대폰으로 알림을 확인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니라 그 카페의 구석자리였다. 조금 늦게 카페에 갔다면 기프티콘으로 커피값을 아낄 수 있었겠지만, 감사한 마음에 후기를 남기겠노라고 마음먹었다.
방이 깨끗하고 위치가 좋아서 잘 쉬다 갑니다~ 역시 서울이 좋네요. 우리는 기프티콘과 정성 어린 후기를 주거니 받거니하며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남긴 존재가 되었다. 나에게는 처음으로 단기 임대를 경험하며 집을 깨끗히 관리하는 친절한 호스트로 남았고, 호스트에게는 정성어린 후기와 별점 다섯 개를 남긴 손님으로 남게 될 터였다. 비록 일주일 간 혼자 끼니를 해결하며 남게 되었던 방울토마토와 감자 조금을 두고간 진상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양해를 구하자 흔쾌히 괜찮다고 하셔서 마음이 편해졌다. 아마 이 관계에 그만큼 조심스럽고 예의를 차리는 것은 일주일 간의 강남 살이가 그만큼 소중했고 행복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강남 삼성동에는 모든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출근복 차림으로 바삐 어딘가로 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 '모든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나는 아니었다. 삼성동에는 일상적인 일들을 즐기기에 차고 넘칠 정도로 많은 것이 있었다. 거대한 쇼핑몰부터, 영화관, 도서관, 서점, 다양한 카페, 맛집, 하천길, 지하철역까지. 모든 것이 걸어서 5분 거리 내로 산재해 있었다. 나는 이 곳에 놀러 왔다는 표를 내지 않고 싶어서 들뜬 마음을 가라 앉혔지만, 직장인들과 옷차림에서부터 너무 차이가 났다. 출근 시간대에 영문이 프린팅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집에 나와서 신호등을 기다릴 때 깜짝 놀랐다. 서 있는 자리와 건너편에 각각 30명은 돼보이는 군중이 밀집해 있는데, 모두가 출근복이나 정장 차림이었다. 나는 내가 한가한 휴양객임을 감출 수는 없었다.
사람들과 같아질 수 없다면 오히려 차이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심심할 때마다 반바지 차림으로 밖에 나와 걷고, 쇼핑몰에 가고, 밤에도 새벽에도 주변을 걸었다. 걷다가 마주치는 낯선 외국인들의 모습에 오히려 저들과 내가 더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닌게 아니라, 나는 낯선 여행지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젊은 여행객 같았다. 바쁜 직장인들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슬쩍 볼때마다 느끼는 게 있었다. 그건 그들이 정말 바쁘게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은 지쳐서 피곤해보였고 통화를 하면서도 바쁘게 걷는 사람도 있었다. 확실한 건 대부분이 활기차고 유능해보였다. 그들의 얼굴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부지런한 기운을 받는 것 같아 자주 나와서 산책을 하고 멀리까지 걸었다.
강남은 활기찬 도시였다. 좋은 추억과 모습들이 많이 남아있다. 나는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잤다. 그것도 아니면 블루투스를 연결하여 스피커에서 자주 듣는 인디가수의 음악을 들었다. 다른 사람과 연락은 잘 하지 않았고 필요한 연락만 받았다. 모든 것이 예사롭게 흘러가는 따뜻한 봄날의 한가한 주말 같았다. 그 주말이 일주일동안 이어진다는 것 정도만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