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평 남짓한 원룸, 정체 모를 퀴퀴한 냄새, 통풍이 되지 않아 습하고 거무튀튀한 벽과 바닥…
스마트폰의 전파마저 깜빡거리는 이곳은 성남 중원구의 반지하 주택. 그 좁은 공간을 더욱 비좁은듯 만드는 것은 각각의 공간으로 분리되지 않은 구조도, 열악해보이는 가구와 인테리어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세월이 흘러 구식이 되어버린 집안 구석구석의 흔적들이었다. 부엌과 방을 분리한답시고 달려있는 갈색 문은 왠지 모르게 저절로 닫혔다. 화장실의 변기는 왜인지 수압이 하도 낮아서 손잡이를 누르고 한참을 멍하니 서있어야 한다. 타일은 갈라지다 못해 부서져 시멘트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고, 먼지 가득한 창문 밖으로 빼꼼히 드러난 바깥 풍경은 암울한 시멘트 바닥과 그 위의 십몇 센티 남짓이었다.
내가 이 곳에서 1년을 살아야 한다니, 막막한 한편으로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집이든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않나. 어짜피 복직을 하면 하룻밤 지내고 다시 출근하러 밖으로 나가있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결국에는 온전한 나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대문 바로 앞에서, 그리고 방 안 구석에서 곱등이라는 녀석을 보게 되었을 때, 한동안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길다란 기생충이 몸 밖에 나온 게 아닌가 싶은 물체를 발견하고는 다급히 검색창을 두드렸다. 슬리퍼를 황급하게 신고 기생충 약을 약국에서 사먹고는 집에 돌아와 자리에 누웠다. 그 이후에도 곱등이가 긴 다리로 튀어오르며 몸 위에 달려드는 끔찍한 상상을 종종 했다.
결국 나는 휴직을 마치기 전에 다시 본가로 들어가게 되었다. 혼자 사는 것은 어려웠다. 그것이 가난한 언덕배기 동네의 반지하 주택에서라면 더더욱이었다. 한동안 건강이 더 쇠약해져서 요양을 하고 다시 복직을 했다. 그 당시 이야기가 나오면 부모님이 이를 악 물고 한동안은 자취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나는 그새 서른살로 접어들고 있었다. 서른살이면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취를 생각할 나이라고 하지 않았나… 나는 결국 자취가 다시 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내 통장에는 얼마정도 모아놓았을까… 2023년의 나는 전세가 아니면 자취는 반대라고 하시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는 나는 살아가는 게 새삼 어렵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