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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Mar 01. 2024

캐나다에서 출산 비용은 얼마나 들까?

출산 다음날 진짜 시리얼 주나요?

정기검진 8개월, 몹시 무더운 늦여름이었다.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의사가 말하길, 아이가 조금 밑으로 내려온 것 같으니 병원에 하루 있어보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하였다. 


에어컨 없는 찜통인 집을 떠나 에어컨 빵빵한 1인 병실이라니..! 이게 왠 횡재인가 라는 감사한 마음으로 남편과 예상치 못한 피서에 즐거워 하던 저녁이다.


밤중부터 통증이 주기적으로 오기 시작했는데 그때까지만해도 출산을 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의료진도 (혹시나 산모가 불안해할까봐 그랬는지) 특별히 출산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통증 주기 시간만 체크해두라고 말했다. 


다음날도 지인들의 방문에 즐겁게 이야기하다 배가 좀 아프다 그런 정도였다. 그런데 오후부터 통증 주기가 점점 짧아지더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체크하던 간호사가 의사를 부르더니 저의 상태를 본 의사의 청천벽력같은 말이 떨어졌다.


분만실로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의료진들은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남편도 출근한 상태였고 아이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한 난생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 섞여 눈물이 났다.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임시 분만실? 같은 곳에서 저는 2시간만에 자연분만으로 1.9키로의 소중한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남편이 온 뒤에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되었고 다행히 남편이 출산 과정동안 곁에 있을 수 있었다.) 


낯선 땅에 낯선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었지만 아이와 산모를 돌보는 의료진들은 참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출산 과정 내내 기운을 북돋아주고 따뜻하게 격려해주는 응원이 지금도 참 감사하다.


아이를 보는 것도 잠시, 데려갔던 아이를 다시 만나는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은 선들을 그 작은 몸에 달고 나왔다. 8개월에 접어드니 몸이 힘들어 아이가 빨리 태어났으면 하고 지나가는 말로 했던 것이 죄스러워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인큐베이터에 있던 모습 ㅠㅠ


출산 다음날 혈압이 좀 있어서 이틀 더 병원에 있다가 퇴원하게 되었다. (보통은 다음날 바로 퇴원) 그 이후는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아이를 돌보게 되었다.  아, 출산 다음날 메뉴는 정말 시리얼이었다.ㅎㅎ 차가운 우유와 오렌지 주스 시리얼이 쟁반에 담겨져 나와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먹지 않았다)


아이는 병원에서 1달 반동안 돌봄을 받았다. 1주일 정도 인큐베이터에 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일반 요람같은 곳에 있으면서 간호사들의 돌봄을 받았다. 


나 역시 병원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었는데 그 동안 엄마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간단한 간식과 숙소방도 있어서 피곤하면 잠을 잘 수도 있었다. 한번은 아이가 혼자 병원에 있는것이 안스러운 생각에 방에서 울다가 나오니까 밖에 있던 의료진이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며 괜찮냐고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병원에서는 모유 수유부터, 기저귀 가는 법, 목욕 시키는 법까지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정말 많은 가르침을 줬다. 사실 아이가 그냥 정상적으로 태어나서 바로 집에 왔다면 우리가 어떻게 감당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많은것을 병원에서 배웠다.


나중에는 카시트에 관한 교육, 산후 우울증에 대처하는 법, 경제적인 부면까지 체크하면서 지원해주려고 하더라.(현금은 아니고 주차비, 아이 크립 바우처 같은 지원이 있었다. 우리가 좀 힘들게 보였나보다.ㅎㅎ) 퇴원 후에는 집으로 출장 간호사가 방문해서 아이와 산모의 상태를 체크해 주었다.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캐나다에서 임신 출산한 것에 대해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비록 이전에 보험이 안되어 응급실에서 많은 비용을 소모했지만 다 보상받았다고 할 만큼 물질적, 정신적으로 많은 케어를 받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정상적으로 출산했다면 더 많은 걱정과 염려가 있었을 것 같다. 걱정이 많았던 나에게 출산 전 짐싸기, 호흡법, 진통 시간 등이 모두 생략된 갑작스런 출산이었지만 몰라서 더 용감할 수 있었다. 


아, 가장 중요한 이 모든 출산 비용은?(출산 전 검진 포함) 병원에 주차하는 주차비를 제외한 모든 의료 비용은 무료이다. 각 주마다 법이 달라 의료비가 조금 청구되는 곳도 있지만 온타리오주의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모두 무상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내가 거주하던 곳은 런던이었다)


캐나다의 무상 의료 시스템이 사실 장점과 단점이 매우 극명한 제도이다. 하지만 이렇게 출산하고 아이를 돌보는데 병원에 비용을 걱정하지 않고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점, 아이를 정성스럽게 돌보는 시스템을 직접 체험해 본 나로서 이러한 점이 캐나다에서 아이를 키우기 좋은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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