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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Feb 23. 2024

스쿨존 사고가 뭐에요?

캐나다에 있어도 한국 뉴스를 많이 보게 된다.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가슴 아픈 보도는 아이가 혹은 아이와 부모가 스쿨존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내용이다.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다)


어린 아이가 있다보니 그 상황에 자신을 대입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그 아이의 부모라면 어떨까.. 내가 홀로 남은 그 한명의 배우자라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려다...못하겠다...


캐나다에 살면서 참 감사한 일은 안전에 대한 인식이 참으로 크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에 관한 것이라면 더 그러하다. 스쿨존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캐나다 왔을 때 운전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스쿨 존이다. 30키로라는 팻말이 곳곳에 있고, 차들도 그 구간에 들어가면 아주 느리게 운전하기에 설사 팻말을 못 본다고 하더라도 앞차가 왜 이렇게 늦게가지? 라는 생각을 하고 보면 스쿨존이었다.


또 한가지 처음에 적응이 안되었던 것은 스쿨존에서 길을 건널때였다. 놀이터를 가려고 갓길에 차를 주차하고 길을 건너려고 서 있었다. 아이들 하교 시간이라 차들이 아주 많아서 나는 당연히 많은 차들을 좀 보내려고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차가 멈추길레 이 차가 왜 이럴까, 내 자리에 주차하고 싶은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끝까지 건너지 않고 서 있었는데 오히려 차 주인이 기다리는데 왜 안 건너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뒤에는 차가 아주 많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도 크락션을 울리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도 사람이 건너려고 할 때,(큰 대로가 아닌 동네 길) 특히 아이와 함께 있으면 무조건 차가 뭠추어 선다. (심지어 버스가 멈추는 경험도 했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이 길을 건널 때 노룩 길건너기 하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횡단보도라면 사람이 건널 때 차가 무조건 멈추기 때문에 옆을 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이가 지나가려고 서 있는데 차가 휘익 가버린다면 아주 몰상식하다는 인식이다.(인간의 도리를 거스르는 듯한 느낌) 스쿨존에서 30키로 이상 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운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30키로라면 언제든 돌발 상황에서 멈출 수 있는 속도이다.


나는 캐나다에 9년을 살면서 한번도 스쿨존에서 속도를 어기는 사람을 못 보았고, 나 역시도 그런 적이 없다. 법률 상으로도 스쿨존 속도 위반시(일반적으로 교통 벌금이 비싸다) 10만원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점도 있지만, 법적인 제제보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는 듯 하다.


또한 처음 스쿨버스에서 아이들이 내릴 때의 신선한 충격이 기억난다. 런던에 있을 때 일이었는데, 스쿨버스가 스탑 사인을 펼치며 주차를 하자 모든 차들이 멈추어 섰다. 심지어 상대편 차들도 멈춘다.(아이들이 길을 건널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무도 늦게가서 뭐라고 하거나 크락션을 울리지 않고 조용히 기다린다.


아이와 사람에게 크락션 울리는 것에 대한 인식을 나의 일화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다.


아이가 어릴 때 유모차를 끌고 근처에 마트에 갔다. 바람이 불고 추운 날씨에 아이가 감기에 걸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주차장에서 연신 담요를 꼭꼭 옆에 끼우며 덮어주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차가 없어서 신경을 못썼는데 나중에 보니 주차장 한가운데였다.


두껍게 입은 옷에 뒤에 차가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너무 오래 있었는지 차가 뒤에서 살짝 자기 있다고 알려주는 약한 크락션을 울렸다. 나는 그제서야 깜짝 놀라고 미안한 마음에 얼른 옆으로 비켜섰다.


그때! 맞은편에서 주차장에 들오며 그 광경을 본 불의(?)-여기 사람들 기준 불의인듯.. 를 참지 못하는 한 사람이 나에게 크락션을 울린 사람에게 창문을 내리고 말을한다. "당신은 애도 없나요?" 폴라이트한 캐나다 사람들이 이렇게 소리를 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냥 그 광경을 보고 깊은 빡침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아무렇지 않았고 너무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러더니 그 상대편 사람도 기분이 나빴는지 말이 점점 험하게 오갔다. 나는 중간에서 끼어들지도 못하고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에 유모차를 가지고 나왔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이를 생각하는 여기 사람들의 마음이 참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가 소중수록, 사랑할수록 안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것 같다. 부모로서 항상 신경쓰고 조심해야 할 부면이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잡은 아이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나는 캐나다가 아이 키우기 좋은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살기는 힘들다는 반전은 차차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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