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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Mar 04. 2024

왜 자리 잡는 사람이 없지?

코스코에 가면 한번씩 푸드코트에서 음식을 먹고 오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는 주문하는 사람은 많은데 앉는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어느날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는데 눈에 띄는 풍경이 있었다.


엄마와 초등학생 쯤 되는 아들 둘이 막 나온 핫도그를 집어들고 음료를 받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이 그 순간까지도 엄마가 자리를 살펴본다거나 아들들보고 가서 자리 좀 잡으라고 하지를 않는다.(나였으면 빈자리가 있나 찾아보고 벌써 가서 자리 좀 잡으라고 했을 것이다.)


속으로 이상하다 생각하며 자리에 관심이 없나 하고 지켜보는데,

음료 2잔을 마지막까지 받아 들고서야 엄마가 자리가 있는지 쓰윽 살핀다.

그러더니 자리가 없는 것을 보고는 두 아이와 함께 스윽 밖으로 나간다.

한창 먹을 나이에 아이들이 배도 고팠을텐데 아무런 불평도 없이 엄마를 따라간다.


사실 이전부터 자리를 미리 잡고 있는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다가 나 역시도 이제는 자리를 잡지 않고 기다렸다 음식이 나오면 자리를 찾게 되었다. 하지만 주문 할 때 즘 자리가 있나 없나 살펴보는 눈은 여전히 어쩔 수 없다.


사실 요즘은 이민자들이 많아서 그런 분위기도 좀 많이 바뀌었다. 종종 미리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을 이전보다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내 기억속에 오래 남아있는 장면은 그 엄마와 두 아들의 모습이었다. 마지막까지 자리가 있는지 눈길도 주지 않고, 아들들도 자리가 없다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조용히 나가는 것.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캐나다에 살다보면 이것이 비단 자리잡는 일에만 국한된 문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릴적부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잘한 순서대로 줄세우는 문화,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면 안되는 실수에 관대하지 않은 문화,

자리를 잡는데 누구보다 빨랐던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캐나다는 이와 반대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표현해 보자면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이다.


사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도, 줄 맨 앞에 서야하는것도, 완벽해야 하는것도,

꼭 그 자리에 앉아야 하는 것도 사회적 통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러한 사회적 통념은 전쟁의 슬픈 역사에서 기인한 것들이기도 하다. 그때는 사실 맨 앞자리에 서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전쟁의 슬픈 역사는 기록으로 남았지만 아직도 전쟁의 잔해들은 사람들의 문화 속에 남아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다. 겉으로는 잘 사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병들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단편적인 모습도 그러한 전쟁의 잔해의 상처를 보듬을 겨를 없이 경제적으로 빠른 성장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꼭 그 자리를 잡아야 행복한 것이 아니다.

그 자리를 잡지 않아도 언제나 다른 길이 있다.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마음때문에 더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다면

이제는 자리를 잡지 않고, 없으면 밖에 나가 차에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나도 이제는 음료수를 끝까지 받고 나서야 자리가 있는지 찾아본다. 


경쟁에 무딘 사회적 분위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우물 안 행복, 캐나다의 한가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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