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단 Feb 26. 2024

'개인주의'에 대한 이해와 오해

캐나다의 개인주의에 대하여

"완전 개인주의네!."


개성이 뚜렷하거나 단체보다 본인의 일을 중요시하는 사람에게 농담으로, 혹은 조금은 부정적인 의견을 담아 쓰일 때도 있는 말인 것 같다.


캐나다에 와보니 이 '개인주의'라는 말에 대한 이해가 조금 다르게 해석되는 것 같다.

캐나다에서 내가 느낀 '개인주의'는 내 삶은 중요하고 존중받을만하며, 다른 사람의 삶 역시 그만큼 소중하니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한다. 


이러한 '개인주의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5살 아이가 학교에 가면 정원이 21명 정도 되는데 전원 출석하는 경우가 잘 없다. 개인적인 이유로, 혹은 가족 여행, 방문과 같은 이유로, 건강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빠지곤 한다. 학교에는 당일 아침까지만 알려주면된다. 학교에서 다음 학년을 진학하기 위해 정해진 출석일수는 있지만, 그 안에 출석을 하는 것은 자유이다. 학교에서 개근상은 없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한 시간이 남을것이다. 


회사에 사람들이 갑자기 결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정식 휴가는 당연히 내가 원하는 날 쓸 수 있다) 갑자기 일이 생긴 경우에도 프라이빗한 이유로 혹은 몸이 안좋으면 회사에 당일 이야기하고 결근을 하기도 한다. 매니저가 말하기를 그런 이유로 회사에 안나오는 사람에게 그에 대해 물어 볼 수 없다고 한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밥을 사준단다. 아무거나 괜찮다고 하는데도 굳이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한다. 사실 캐나다 문화에서는 아무거나 먹는다고 하는것이 아주 이상한 것이며 아무거나 시켜버리는 것도 예의가 없는 행동으로 간주된다. 봐도 모르겠는 메뉴판을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어도 기다린다.(대신 좀 시켜주면 좋겠는데) 메뉴 주문도 내가 한다. 대신 주문해 주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존중심이 없는 태도로 간주될 수 있다. 


캐나다에 와서 커피집에 처음 가서 커피를 달라고 하니, 커피 안에 뭘 넣을거냐고 물어본다. 우유, 크림, 설탕 등을 기호에 따라 넣어주고 추가 비용은 없다. 사람마다 커피 마시는 기호가 다르고 분명하니, 내 취향대로 커피를 사갔다가는 무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하는 간단한 예이다. 


지인이 캐나다에서 자랐다. 오랜만에 한국에 부모님이 계신 곳을 방문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흥미로웠다.  부모님이 계신 곳은 조금 시골 지역이라 말 그대로 옆집 밥 숟가락까지 다 아는 그런 분위기였는데, 부모님 집에 이웃들이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것에 대해 너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주말 모임에 보이지 않으면, 어딜갔는지, 무얼 했는지 꼬치꼬치 캐묻는것도 너무 적응이 안되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개인과 그 개인의 삶(가족과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 단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하는 법은 없다. 군대와 같이 개인이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그 단체에 희생을 하겠다고 하고 들어가는 경우는 다르겠지만..(그 안에서도 개인에 대한 존중은 존재한다)


그래서 억지 회식문화도 없고, 원하지 않는 야근도 주말근무도 없다. 주말이나 휴일에 근무하게 되면 1.5배에서 2배의 페이를 받기 때문에 돈이 필요해서 자원하는 사람이 있지만, 회사에서 강요하는 경우는 없다. 


개인주의의 뿌리는 따라가보면, '소중한 나' 이다. 어릴때부터 어른들은 아이들의 의견을 묻고, 아이의 말을 존중해준다. 어른들은 절대 아이들의 말을 중간에 가로채지 않는다. (특히 공개적인 장소라면 더욱 그러하다)이렇게 존중받고 자란 아이들은 나만큼 남도 귀하게 여김을 배우고 그와 같이 행동한다. 


이렇게 나 자신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 건전한 공동체 사회를 만든다. 이렇게 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된 사람들이 좀 느릴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공동체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마음도 가지게 된다. 억지로가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해서이다. 


이 곳에서 내가 이해한 개인주의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를 먼저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필요할때는 "No"라고 말하고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용기이다. 나 자신이 행복 할 때 다른 사람도, 내가 속한 단체도 더욱 잘 도울 수 있다.


한국에는 '나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나 좋은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고 한다. 나의 단점은 한페이지도 적어 낼 수 있는데 장점은 첫 문장에서 막힌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한명이었다. 나는 이 곳에서 '개인주의' 사람들을 보면서, 몰랐던 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나와 친해질 수 있었다. 그것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개인주의'라는 말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은 한번 개인주의로 살아보시기 바란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질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개인주의'라고 하며 이기적이라고 프레임을 씌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발언과 생각이 정말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당신은 그저 '소중한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돌보며 살아가려는 것일 뿐이다. 


나에게 행복한 우물, 캐나다의 한가지 요소는 이런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개인주의'이다.  






이전 01화 우물 안 행복, 캐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