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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Apr 02. 2024

자연을 가까이 두는 삶, 캐나다

아이가 봄방학이니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작가님들의 좋아요 버튼이 응원의 목소리가 되어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았다. 사실 아이 봄방학은 핑계이고 요즘은 글이 잘 손에 잡히지 않는다. 벌써 글럼프인가.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시는 다른 작가분들을 본받아, 그리고 저의 부족한 글을 기다려주시는 소중한 독자분들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써보아야겠다.(캐나다 시간은 하루가 느리다는 점도 양해를 부탁드리며...)


나에게 인생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별 망설임 없이 스코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꼽을 것이다. 아직도 캐나다 워킹 시절에 버스에서 그 책을 읽으며 받았던 설레임과 신선함 충격으로 책을 덮고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가 세운 삶의 원칙들과, 그 원칙대로 계획을 세워 이루어 나가는 그의 삶의 모습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와 똑같은 원칙을 세우지는 않겠지만 그는 자신만의 삶의 원칙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얼마나 철저하게 계획을 할 수 있는지를.. 그것이 쉬운일도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것을 그는 몸소 보여주었다.


그의 삶에서 나 역시 본받아 실현하고 싶었던 점 중 하나는 농사를 짓는 일이었다. 자본주의의 영향을 벗어나기 위함이기도 하였고 부부의 건강을 위한 것이기도 하였다. 또한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며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넉넉함을 가지고 살기 위함이기도 하였다.


흙에서 노동을 하고 땀을 흘려 소출을 내어 건강한 음식을 나와 나의 가족에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깊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인생에서 많이 있을까. 


당장 자본주의를 등지고 자급자족하기 위해 시골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오랜 소망으로 간직했던 그 일을 작년에 작게나마 이루었다. 뒷뜰에 작은 텃밭을 만들고 그 작은 텃밭에서는 우리 가족이 먹을 분량의 야채는 물론이고 이웃들과 지인들에게도 나누어 줄 만큼의 풍성한 양의 채소가 나왔다.


자연이 얼마나 관대한지를 보게되면 참으로 배우는 것이 많다. 


하지만 캐나다 주택에 살면 자연의 관대함 뿐 아니라 자연의 혹독함?도 겪게 되기도 한다. 여름이면 잔디를 관리해야 하고, 뒷뜰에 큰 나무에 올라가 나무 가지를 치기도 해야한다. 가을이 되면 무수히 떨어지는 낙엽을 치우는 일은 끝이 없다. 또한 정원도 관리를 잘 해야하는데 아파트에서 쓰레기만 버리고 살았던 우리는 정원을 가꾸는 것도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하는 것 역시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고 집에서 미디어를 보는 시간보다는 몸을 움직이고 나면 훨씬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한국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논하자면 빠질 곳이 없을 것이다. 다채로운 4계절, 시원하고 아름다운 계곡, 산의 절경들... 캐나다에서 한국만큼 아름다운 계곡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자연을 가까이 하기 좋은 환경인 것 같다. 


어디에나 푸른 잔디가 있고(여름기준), 30분 정도의 거리의 공원에 가면 새가 손에 앉아 해바라기 씨를 먹곤 한다. 3-4시간 거리의 로키산맥에 갈 기회가 있을 때면 자연의 장엄함에 미약한 나의 모습에 숙연해진다. 잠깐 보는 야생 동물에 가슴이 뛴다. 캠프파이에 불 앞에 앉아 그 냄새와 추억을 기억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우리 집 뒷뜰에 여름에 잔디를 맨발로 밟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의 몸과 자연이 맞닿는 그 느낌은 참으로 분명하게 말해준다. 자연 가까이에서의 삶이 얼마나 넉넉함을 줄 수 있는지를...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아이를 데리고 더 시골로 가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지금도 있다. 어쩌면 언젠가는 그렇게 할지도 모르겠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중이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자연과 더 가까이 살 수 있는 터전이 캐나다였고, 그것이 나의 우물 안 행복이다. ( 끝나지 않는 겨울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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