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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Apr 09. 2024

아들아, 너는 네 인생을 살으렴

우리는 우리 인생을 살도록 할께

가까이 지내던 브랜든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처음에는 나이가 제법 많은 줄 알았는데 처음 만났을 때 거의 20대 초였다. 아파트를 렌트하며 살고 있었고, 자신의 차를 아주 깔끔하게 관리하고 다녔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결혼을 하고 다시 만난 그 친구는 여전히 자신의 공간에서 지내는 것을 즐겨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차가 나오면 자주 업그레이드하기도 하고, 혼자 캠핑도 가면서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친구였다.


남편과도 친해진 그와 자주 교제할 기회가 있었는데 16살때부터 건축일을 하시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일을 배웠다고 한다. 그때부터 꽤 돈을 모으며 경제적으로 자립을 한 듯 하다. 그리고는 18살즘이 되자 이미 기술력과 경제력이 있기에 렌트를 구해서 집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나자 집을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모았다고 했던 것 같다. (집값이 저렴한 지역이기는 했다. 지금은 많이 올랐지만) 하지만 그는 집을 사지는 않았다.


포인트는 이것이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캐나다의 자녀의 모습이다. 물론 18세 이후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혹은 여기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이지는 않은 케이스이다. 보통은 성인이 되면,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며 자신만의 인간 관계를 맺어간다.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독립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 전혀 아니다. 앞서 말한 그 친구도 부모를 아주 사랑했으며,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종종 부모님 집에 가서 식사를 하고 친구들과도 함께 어울려 부모님과도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그러고보면 호주에서도 처음에 만났던 친구들이 쉐어하우스에서 살고 있었는데, 모두 자신의 직업을 구해 자신만의 삶을 일구어 나가고 있었다. 렌트를 하고 사는 그 젊은 친구들의 삶에 몇 해 안에 집을 사야 한다는 정답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다양하게 그들만의 형태로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평생 렌트비를 내며 살기도 한다.(그것은 그 사람의 선택인 것이다) 집을 사서 소유함으로 인해 생기는 것들(세금을 비롯한)에 대해 신경이 쓰기 싫은 것이다. 한달 렌트비를 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여행도 갈 수 있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을 만큼 벌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한 평생을 사는 것이다.


(캐나다는 노후에 꼭 집을 가져야 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집이 없어도 퇴직 후 나라에서 렌트비를 내고도 삶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연금을 준다. 젊을 때 열심히 세금을 내며 일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복지이다. 그렇기에 집을 꼭 사야한다는 압박감이 없다. 이것은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부모와 부딪히면서 한 집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사실 성인 자녀와 한집에 산다는 것은 부모에게도 참 힘든 일이다.)


혹은 또 다른 한 젊은 캐네디언 부부(20대 중반)는 둘 다 역시 어릴때부터 일을 해 왔고(어릴 때 결혼), 남편은 보험 회사에서 영업 일로 시작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관리직이 된 듯 하다. 아내 역시 의료계 리셉셔니스트로 일하며 자신의 경력을 쌓아서 두 사람이 함께 벌어 대출을 얻어 집을 구매하고 대출금 이외의 남는 돈으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즐겁게 지내는 듯 했다.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도 있다. 특정 분야의 학업을 이수하고 전문직을 가지기 위해, 혹은 정말 학업에 의의가 있어 대학에 가서 4년동안 공부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도전하기도 한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캐나다의 대학 진학률은 59%라고 한다. 한국의 80%에 비하면 적은 수치이다. (특히 1-2년제 전문 대학을 많이 간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어릴때부터 한 분야에서 일하는 경력을 쌓으면 승진을 할 수도 있고(이곳은 나이순, 연차순 승진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시급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벌면 1년에 휴가를 몇 번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있는 듯 하다. (저소득층은 1년에 한번 세금 환급도 많이 받는다)


나 역시 20대 중반에 호주에서 친구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자녀가 자라서 성인이 되면 독립을 해야 하는것이 참으로 마땅하다는 점을 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여러 부면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반드시 독립을 해서 살고자 했지만 한국에서 부모와 같은 동네에 살면서 집을 나가서 산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기에 참으로 타당하지 않은 일이었다.(부모 자식간에 문제가 있는가라는 이상한 가족이 되는..) 결국 나는 독립을 위해 외국 생활을 전전하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 비교적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물리적으로 독립을 하게 되면 부모님이 내게 얼마나 많은 것을 베풀어주고 계셨는지를 자연적으로 알게 된다. 자녀가 성인이 되어 한집에 있으면 서로 다른 개성때문에 부딪히지만 떨어져 있으면 오히려 그런 감사함을 느끼고 부모와 더 사이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의 부모도 성인이 된 자녀가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녀가 독립을 하게 되면, 겪게 될 어려움들에 대한 염려가 없지는 않겠지만 자녀가 살아가면서 겪을 문제들 또한 자녀의 선택이기에 그의 삶을 존중해준다. 그리고 부모들은 자신들의 삶을 산다. 그리고 자녀가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나갈 때 그를 자랑스러워한다. (자신이 무언가를 해주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자녀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해보았다면,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니 부모의 입장에서 이런 문화를 생각해 보게 된다. 자녀를 독립시킨다고해서 더이상 부모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부모는 또한 자녀의 버팀목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자녀의 인생에 간섭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녀를 믿어주고 그의 삶을 응원해준다. 그리고 자녀의 학비나, 결혼비용, 혹은 집사는데 부모가 져야 할 경제적 부담도 없다. 그렇기에 내 삶을 희생하고 자녀에게 그만큼 해줬다는 억울하다는 마음도 없고, 나이가 들어 자녀에게 바라거나 기대는 마음도 없다.


자녀에게 모든 것을 해주는 대신 자신이 더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돈을 모아 여행을 다니고 삶을 즐기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삶에 더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다.


아직 먼 훗날의 일이지만, 나도 아들에게 이렇게 말 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아들아, 너는 이제 네 인생을 살으렴. 엄마 아빠는 우리의 인생을 잘 살도록 할께."


자녀의 삶을 존중해주고, 그와 마찬가지로 나의 삶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자녀 대학 교육 지원과 결혼 자금 지원이 당연하지 않는 문화. 서로가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여 건강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우물 안 행복, 캐나다의 한 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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