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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Apr 23. 2024

대낮에 아이 데리고 다니는 아빠들

출근 안하시나요?

캐나다에 처음 갔을 때 낯선 풍경이 하나 있었다. 오전이나 오후에 산책을 나가면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다.


아이를 웨건에 태우고 혹은 유모차를 끌고 공원으로 한가롭게 평일에 산책을 나오는 아빠들이 수상?하다.


'이 시간에 아이들과 놀러를 나온다고? 평일인데 일을 안하나?'


한국에서 가장이 평일 낮에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서 유유자적한다면 모두의?걱정을 살 일이 아닌가? 내가 살 때는 흔하지 않았다.(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캐나다에 살면서 일을 해보니 이제는 그러한 장면에 대한 인사이트가 생겨서 이상하지 않다.


우선은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쓸 수 있는 육아휴가가 있다. 아이를 출산한 경우 12-18개월의 육아 휴가를 낼 수 있다. 두 사람 합하여 최대 1년 6개월까지 사용 가능하며, 한 사람이 이용 가능한 최대 기간은 61주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부부가 동일하게 육아휴가를 쓰고 싶다면 각자 9개월씩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은 출근을 하지 않더라도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기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크게 무리 없이 그 시기를 아이와 보낼 수 있다.


이런 경우,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평일에 공원에서 유유자적 할 수 있는 하나의 상황이다.


또 다른 경우는 캐나다에는 시간제로 일을 많이 하는데 만약 저녁 타임을 일했다면 다음날 오전이나 오후는 오프를 할 수 있는 스케쥴이 많다. 이런 경우도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오후에 공원 산책을 하는 경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집의 경우를 예로 삼아보겠다.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오전 7시에 일을 시작해 3시 혹은 3시반에 일을 마친다. 그러면 오후 3시반 이후로는 온전히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다.


캐나다의 일반적으로 풀타임잡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 정도로 오전에 얼마나 일찍 시작하느냐에 따라 오후에 마치는 시간이 달라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연장근무, 회식 문화가 없기 때문에 회사 근무가 끝나면 칼퇴와 함께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아이가 없을 때도 이런 직장 문화는 좋았지만 아이가 있어보니 캐나다의 이런 직장 문화는 정말 귀한 것이다. 남편이 매일 저녁 7시 8시까지 근무하거나 회식으로 집에 늦게 들어온다는 것은 나에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캐나다에서 우리와 같은 이민 1세대는 조부모의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혼자 육아를 하기 쉽지 않다. 생활 편의 시설도 한국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지기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갈 곳도 많이 없다. 거기에 밥도 집에서 해 먹어야 하기에 가장이 오랜 기간 직장에 근무를 하게 된다면 와이프가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힘들 듯 하다. (사실 캐나다뿐 아니라 독박 육아가 힘든건 어디든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남편의 부재로 온 아내의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 질 수 있고, 아이는 불안감을 느끼며 자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가 느끼는 아빠의 부재는 생각보다 아이의 유년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에서도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아이를 데이케어(어린이집)에 맡기고 느즈막한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경우도 많이 있다. ( 어린이집은 보통 6:30분에 문을 닫기때문에 그 전에 아이를 픽업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저녁 시간은 가족들이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게 된다.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회사에서도 아이의 일이라면 일을 빼는 것이 관대한 편이다. 아이가 아프거나 혹은 학교에 어떤 행사나 자원봉사를 지원하는 경우에도 매니저와 잘 이야기하면 별 눈치보지 않고 빠질 수 있다. (급여는 못받을 수 있겠지만) 


자녀들과 휴가 계획을 세우는 것도 자유롭다. 일반적으로 1년에 2-3주정도 휴가를 낼 수 있는데 가족들과 의논해서 원하는 기간에 언제든 휴가를 낼 수 있다. 


이렇듯 근무환경이 기본적으로 워라벨을 지킬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있고, 그 안에서 가정이 보호를 받는다. 아내는 남편이 가정을 서포트해주어서 아내로서의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고, 아이는 아빠의 자리가 꽉 채워져 있기에 거기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지금은 또 많이 변했을지 모르지만 한국에 있을 때 우리의 삶을 생각하면 오전 9시 출근에 저녁 7시쯤 퇴근을 했다. 우리 아이는 지금 8시에서 9시 사이에 잠을 잔다. 우리는 아이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이때문에 일을 뺀다거나 1년에 휴가 날수가 딱 정해져 있지 않고 여름 휴가철이 되면 병원에서 혹은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정하는 날에 휴가를 맞추어 가야했다. 다른 사람은 출근하는데 나는 휴가를 즐기고 왔다?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월차 연차가 있어도 눈치보여 마음대로 못 쓰는 상황)


이 곳은 그런것에 대해 자유롭다. 일반적으로 한 두 사람이 휴가 가는 것에 대비해 여유 인력이 있는 편이며 휴가를 다녀오면 뭐가 좋았는지, 어떤 팁들이 있는지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유롭게 공유한다. 남아서 일한 사람도 휴가를 갈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때에)


물론 우리가 한국을 떠난지 거의 10년 가까이 되었으니 지금은 근로자를 위한 근무 환경, 복지가 많이 개선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은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이미 그런 혜택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일반적이라는 것은 평범한 회사원, 중소기업, 혹은 마트에서 일하는 점원,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 모두를 포함하는 일반적인 삶을 사는 사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근무 환경을 보장받고 그에 대해 당연시 하는 인식이 있기에 그러한 환경은 가정으로 연결 될 수 있는 듯 하다. 


살면서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을 보면 가정의 붕괴는 사회의 붕괴이고, 가정의 평안은 사회의 평안으로 연결이 될 수 있는 듯 하다.


어디에서도 살기 팍팍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소위 말하는 워라벨이 지켜질 수 있는 근무환경,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아빠와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성장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나에게는 이곳이 우물안 행복, 캐나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우물 안 행복, 캐나다'를 응원해주신 많은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들로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나에게 행복한 우물을 발견하시어 오늘 하루도 그 행복으로 채워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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