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나 : 인류의 눈을 가리는
'신화'가 된 이름...

만들어진 신화, 억압과 독재를 정당화하는 덫이 되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그를 이렇게 평가, 아니 칭송했습니다.

'금세기 가장 완벽한 인간(the most complete human being of our time)'


개인적으로도 그를 기리는 노래 ‘사령관이여 영원하라(Hasta siempre Comandante: 그가 또 다른 혁명을

위해 떠나며 남긴 말 ‘Hasta la victoria siempre - 승리할 때까지 또는 영원한 승리의 그날까지-‘를 기려 기타리스트이며 작곡가인 카를로스 푸에블라가 그에게 헌정한 곡입니다)’를 듣거나,

짐 피츠가 그린 베레모를 쓴 그의 초상화를 보면 무언가 이루지 못한 이상, 숭고함, 희생과 인간에 대한 사랑 등이 연상되며 애잔함과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 됩니다.


이 사람. 누군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예. 혁명의 아이콘... 이상적 혁명가의 전형…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Ernesto Che Guevara; 본명은 Ernesto Rafael Guevara de la Serna)입니다

부유한 의사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의대를 나온 전도 유망한 청년이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를 일주하며 억압받는 민중의 고통을 깨닫고, 모든 것을 버린채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건설을 위한 혁명에 헌신해 쿠바혁명을 성공시켰으며, 이후 쿠바의 지도층으로 권력과 영화를 누릴 수 있었음에도 고통받는 민중을 구원하기 위한 또 다른 혁명을 위해 아프리카 앙골라와 남미 볼리비아에서 혁명투쟁을 벌이다가 죽임을 당한 인물...

그는 1967년 10월 9일 불과 39세에 죽었습다. 그리고 58년이 지났음에도 오늘날 까지, 아니 앞으로도 새로운 세상과 유토피아를 위한 변혁을 꿈꾸는 전세계인에게 그는 영원한 영웅이고 이상적 삶의 모델일 것입니다.

그에 대한 헌사나 칭송은 각종 책자는 물론 블로그와 유튜브에 넘쳐 납니다. 앞서 얘기했지만 저도 심정적으로 끌립니다.

그러나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한 인간은 있을 수 없고 그가 헌신했다는 쿠바 민중의 고단한 삶을 그에 대한 칭송과 대비할때 어울리지 않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진실의 가장 큰 적은 무엇일까요?’

‘거짓 ?’........................................

이 아니라


‘(끈질기고 그럴듯한) 신화입니다’


이 질문과 답은 제 얘기가 아니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2년 예일대 졸업식 축사에서 한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과 답은 우리가 세상과 역사, 그리고 많은 역사 스토리텔링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항시 마음속에 새겨야 할 필수적 명제라고 생각합니다.

聖人이 아닌 이상, 특히 혁명과 현실세계의 변화를 추구했던 역사상 인물 가운데 ‘완벽한 인간’은 없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은 결코 완벽할 수도, 완벽을 요구받을 수도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완벽한, 완벽에 가까운 인간으로 그려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것은 윤색된, 사실이 가감된 신화인 경우가 많습니다.

체 게바라의 신화도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체 게바라가 세계 곳곳의 피압박 민중과 그 압박을 타파하려는 사람들에게 고통스런 투쟁을 계속해나가는 힘(신화)이 됨은 분명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끔 ‘독재와 싸우는 모든 사람들은 체 게바라다’라는 등 언론 인터뷰를 보게 되면 또한 씁쓸해 집니다. 체 게바라가 독재정권과 싸워 독재정권을 타도한 인물임이 분명하나, 그 또한 새로운 독재정권을, 아니 그가 타도했던 독재정권 보다 더 억압적 체제를 만들어낸 인물이라는 것은 도외시됩니다.

그의 잔혹한 면모와 선정적 이념노선으로 현실에 많은 고통과 억압을 야기한 것은 이야기되지 않습니다. 그는 영원히 숭고한 혁명가 모습으로만 그려집니다. 그리고 그것이 작게는 억압적 쿠바정권을 유지하는 유용한 자산이 되고, 크게는 전세계 혼란과 억압을 야기하는 명분이 됩니다.


바티스타 정권을 타도한 쿠바혁명의 주역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만난 것은 1955년 7월 멕시코 시티에서 였습니다. 카스트로는 그 2년전 7월 26일 추종자들과 무기탈취를 위해 몬카타 군기지를 공격, 실패 후 수감되었다가 사면받아 자발적 망명을 선택한 상황이었습니다

바티스타 정권은 군 기지를 공격한 반란군의 수괴를 불과 2년도 안돼 사면할 만큼, 어쩌면 ‘철저하게 독재적’이지 못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쿠바혁명후 집권한 카스트로 및 그의 동료들이 행한 철저한 독재와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카스트로 그룹은 몬카타 군기지를 공격한 날짜를 기려 ‘7.26 운동’ 이라고 명명한 조직의 구성원인 82명의 게릴라를 훈련시켜 1956년 12월 2일 쿠바에 상륙합니다.

그러나 곧 정부군에 발각, 공격을 받고 20여명만 살아남아 시에라 마에스트라 산지로 숨어듭니다. 바티스타정권은 20여명밖에 남지 않은 카스트로 그룹을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것이 세력을 강화할 시간여유를 줬고, 카스트로 그룹은 서구언론을 비롯 바티스타 독재에 비판적 언론을 이용한 홍보전과 험난한 지형을 이용한 방어전술로 토벌군을 격퇴합니다. 특히 하바나를 비롯한 쿠바도시 곳곳에서 극좌세력들이 봉기를 일으킨 것에 바티스타 정권의 관심이 쏠린 것에도 큰 도움을 받게 됩니다.

모험주의적 도시봉기 실패후 모택동이 중국공산당을 장악하게 되었듯 카스트로 세력은 쿠바내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좌파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제거되는 이점도 누리게 됩니다.

미국은 계속되는 쿠바의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일련의 개혁을 압박했으나 바티스타 정권이 거부하자 무기를 비롯한 지원을 중단했고, 군사적 해결에 실패한 바티스타는 결국 궁지에 몰려 1958년12월 마지막날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망명합니다.

국가권력을 장악한 카스트로는 집권초에는 비마르크스주의 반정부 세력을 포용하고 반미주의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곧 수백명의 정적을 숙청하고 언론자유와 정당 탄압, 경찰국가체제 등 공산독재 체제를 구축합니다. 그리고 일찍이 ‘스탈린 동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공산주의자 체 게바라를 정치범 수용한 ‘라 카바냐교도소장에 임명합니다.


이곳에서 게바라는 고문과 형식적 재판을 거쳐 이른바 반혁명 분자들을 처형합니다. 물론 체 게바라를 신화적인 존재로 미화하는 사람들, 그의 신화를 믿는 사람들은 처형당한 인물들이 그럴 만한 악행을 저질렀으며, 처형은 대다수 쿠바 민중의 지지를 받았고, 처형 결정은 체 게바라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법조계 출신 인사 등으로 구성된 재판부의 결정이라는 등 체 게바라의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폅니다.

그러나 바티스타 정권의 주요인물, 반역자, 밀고자 등을 일소하여 혁명을 공고화하는 이른바 ‘혁명적 정의(revolutionary justice)’를 실현하라는 임무가 그에게 부여된지 5개월 기간내에 그의 주도하에 그러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이후 체 게바라는 쿠바 중앙은행장과 재무장관, 산업장관 등을 겸임해 쿠바경제의 공산체제적 전환을 주도합니다. 체 게바라 스스로 재무장관직을 맡은후 농담삼아 즐겨 말한 ‘회의석상에서 카스트로가 이 방안에 공산주의자가 있느냐고 물어 본 줄 알고 손을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경제학자가 있느냐고 물어 본 것이었다’는 유명한 이야기..

경제 문외한이었을 뿐아니라 마르크스 신봉자였던 그는 강제적 산업화와 토지몰수 등을 밀어붙여 쿠바경제를 소련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나락으로 빠뜨리는데 주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쿠바정부와 쿠바를 이상화하는 사람들은 쿠바의 빈곤을 미국의 제재탓이라고 강조합니다. 현재 북한의 폭정과 기아선상 주민의 고통을 미 제국 주의 탓으로 몰아가는 세력이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1958년 12월 바티스타 정권을 몰아낸 이후 현재까지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와 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 등이 66년 이상 장기 집권하는 억압적 정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은 이야기 합니다. 공산당이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훌륭하게 관리할 수 있기에 계속 집권해야 한다고...

1917년 볼세비키 쿠데타로 집권해 1990년 붕괴하기 까지 소련도 그러했고, 3대에 걸쳐 왕조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 북한도 그러합니다.

분명한 것은 지구상에 유토피아를 약속한 체제 가운데 성공한 사례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체제 가운데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도 없습니다. 민주집중제나 인민민주전정 등 전체주의의 도구가 된 허울뿐인 민주주의만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신화를 만들어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해 나갑니다.


체 게바라가 쿠바를 떠난 배경에도 '기득권을 버리고 제3세계의 피압박 민족해방을 위한 헌신'이라는 거창한 명분 이면에 철저한 스탈린주의자인 그가 스탈린 사후 스탈린을 격하하고 새로운 노선을 취하려는 소련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는 노선을 취하고 그로 인해 정치.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던 소련으로부터 지원중단 압력 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쿠바 내부에서 카스트로 형제와 체 게바라간의 이견충돌이 빚어졌고...

동족 수천만명을 반혁명분자 숙청이라는 미명아래 고문과 추방. 살해를 일삼았던 스탈린을 추종한 인물, 그리고 스탈린 사후 소련을 비판하면서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을 통해 역시 동족 수천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마오쩌뚱을 찬양한 게바라...


그는 논쟁적 인간입니다.

그의 이중적 모습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에게는 전세계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의 모습, 대의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란 모습이 있습니다.

반면 자신이 적으로 규정한 존재에 대해서는 비록 어린아이일지라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살해하는 냉혹한 모습(혁명의 적에게는 잔인함이 미덕이라고 믿는); 자신만이 옳다고 믿고, 자신이 믿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현실세계 민중의 고통(그는 사회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믿음과 배치되는 임금노동자에 대해 적대적이었습니다)은 외면하는 독선과 탄압의 모습도 있습니다.

그는 그 상반되는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실체입니다. 게바라를 비롯한 어느 인간도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습니다.


완벽한 인간이라고 그려져서도 안됩니다.

그를 그렇게 그리는 것은 ‘체 게바라의 신화에 집착하여 스스로를 현혹시키는’ 어리석음이며 역사와 인간사회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길입니다. 만일 자신이 체 게바라 류의 체제변혁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그를 그렇게 미화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유용할 것입니다. 체 게바라를 밀어낸 카스트로가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체 게바라의 신화를 만들고, 체제선전의 도구로 삼고 있듯... 체 게바라는 쿠바민중을 억압하는 덫이 된 것입니다


그가 민중해방을 내세우며 참전했던 콩고 내전은 혁명과 거리가 먼 부족들간 싸움, 군벌들이 자신들의 지원세력을 서방에서 찾느냐 공산진영에서 찾느냐에 불과한 싸움이었습니다. 체 게바라가 지원하려 했던 반군세력 리더 로랑 카빌라는 많은 유혈끝에 집권합니다. 그러나 그 역시 부패하고 폭력적 독재정권을 수립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쿠바와 수교를 했습니다. 그 이전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쿠바를 여행하면서 쿠바의 멋진 풍광과 문화를 경험했습니다. 그들중 일부는 선진적 의료수준과 무상의료 시스템 등을 들어 쿠바를 이상사회에 가깝게 묘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거의 예외없이 체 게바라가 있습니다. ‘체 게바라의 나라, 쿠바’라는 식의..


앞으로 더욱 늘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66년 이상을 특정집단이 장기 집권하는 체제가 이상사회일 수는 없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가이자 정치가였던 존 액튼경이 말한 철칙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에 예외는 없습니다.

절대권력은 신화를 씁니다. 그 신화가 먹혀들수록 절대권력은 더욱 더 강고하게 오래도록 권력을 향유합니다.


국가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올바르게 국가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실의가장 강력한 적인 신화를 깨야 합니다. 끈질기고 그럴듯한 신화를..

신화에 현혹될수록 진실은 묻히고 실체를 알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되고, 결국은 그 신화를 만들어낸 세력에게 이용당하는 존재가 됩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는선전이 자연스럽고 정당하게 받아들여 지듯이...


특히 유의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의 대표라 하는 장 폴 사르트르... 그는 그시대 대표적 지성으로 불리웠지만 스탈린을, 체 게바라를 무비판적으로 숭앙했습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이란 타이틀은 강력한 권력입니다. 권력이 신화에 힘을 실을 때 신화의 힘은 배가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권력을 단순히 정치권력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나 언론인, 석학이라 불리는 학자 등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그 영향력의 크기 만큼 사회를 움직이는 권력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나 정치인들 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의도적으로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휘둘러 일반 대중을 신화에 빠져들거나 그 신화를 확대재생산하는 존재가 되도록 합니다.

그런데 앞서 얘기했듯 개인이 그 신화에 빠져들게 되면 스스로는 자신이 풍부한 앎을 바탕으로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특정한 권력의 노예가 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의 피해자가 됨은 물론 나아가 가스라이팅의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 노예의 길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과 다양한 사실을 접하고 신화에 매몰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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