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ịnh Công Sơn st.|베트남의 전설적인 음악가, 찐꽁썬
한두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만나는 지인들이 있다. 딱히 한 달이라고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안부가 스멀스멀 궁금해진다. 한국이었다면 일하랴 애보느라 다들 적당히 예측할 수 있는 일들로 바쁘게 지냈을 것인데, 하노이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라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게다가 해외에서는 혼자 앉아서 찾는 정보보다 여기저기 열심히 쏘다니며 듣는 정보가 더 알짜배기인 경우가 많다. 내가 운전하며 자주 다니는 큰 대로 옆의 샛길에 공안들이 많다는 것, 유턴을 하다가 500만 동(한화 28만 5천 원 정도)을 뜯겼으니 절대 그쪽으로는 가지 말라는 이야기는 구글맵, 네이버 어디에도 없거든요.
오늘 만났던 언니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만나서 서로의 근황을 열심히 주고받는 지인들 중 한 명이다. 둘 다 하노이 짬밥 9년 차로 맛집 탐방과 카페 투어에 대한 열의는 입성 초기에 진즉 소진한 사람들이다. 약속 당일, "언니, 우리 오늘 어디서 점심 먹을까?" 물으니 언니가 "찡 꼰 쏜? 뭐 이름이 이래ㅋㅋ 거기에 있는 버거집 가자"라고 답한다. 짬밥 9년 차들 부끄럽게 베트남어 발음하는 우리의 모습은 여전히 우습다.
"우와 언니 이런 길이 여기에 있었어?"
"그러게 차도 없고 너무 좋다 여기"
찡꽁썬(Trịnh Công Sơn) 길은 친정처럼 자주 들르는 서호 롯데몰 바로 뒤쪽에 있었다.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이 길은 걸어서 7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었고 한적하고 깨끗했다. 길에 옹기종이 붙어있는 카페와 식당들은 왠지 아는 사람들만 들리는 아지트 같았다. 버거집에 들어서는데 1층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우리는 쳐다보는 모습도 마치 평화로운 그들의 세상에 불쑥 방문한 이방인들을 보는 것 같았다. 저희 조용히 아보카도 버거 하나만 먹고 갈게요.
이 길의 이름인 찡콩썬은 베트남의 유명한 음악가 이름이었다. 어쩐지 건물에 음표, 건반, 기타 같은 그림이 많이 보이더라니만.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이것저것 질문 많은 친정아빠와 이곳에 왔다면 귀찮은 마음에 음악학원이 몰려있다고 대충 둘러댔을 뻔. 1939년에 태어난 찡코 쏜 은 단순한 사랑 노래를 넘어 전쟁과 평화, 인생과 철학, 인간의 감정을 담아낸 음악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다. 그중 'Nối Vòng Tay Lớn'은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통일과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로, 아직까지도 중요한 행사나 축제에서 자주 불린다.
궁금한 마음에 Nối Vòng Tay Lớn를 유튜브로 찾아서 들어보는데 참 신기하다. 어떤 가사인지 전혀 모르는데도 우리나라의 '손에 손잡고' 노래가 떠오르며 화합, 평화, 애국심 이런 것들이 느껴진다. 다양한 리메이크 버전들이 있길래 이것저것 눌러서 들어보던 중에 아 쫌 제발요, 이런 명곡에 쿵짝쿵짝 16비트가 웬 말이냐고요.
아무튼 오늘도 여러모로 즐거웠다. 하노이 장기 정착자들의 타성으로 대충 찾아간 길이었는데 덕분에 평화로운 산책도 잘했고 맛있는 버거도 먹고 베트남 명가수의 음악도 들었다. 다음에는 다른 지인을 데리고 한번 더 올 생각이다. 피아노 학원 아니라고 아는 척 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