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싫었다. 나를 얽매이게 하는 모든 게 싫었다. 약속이 마치 구속처럼 느껴지기 시작할 때쯤에서야 난 주위 사람들을 밀어냈다. 혼자가 되려 했다. 혼자여야만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게 모두를 밀어내고 작은 방 안에 남게 된 난 뭘 이뤘을까. 난 혼자일 뿐이었다.
내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써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혼자여도 시간은 잘만 흘러갔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 외로움이 싹틀 때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나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나는 늘 내가 세상의 전부였다. 내겐 그게 당연한 것이었고 지금도 그게 잘못되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세상의 전부가 아니란 걸 혼자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던 것 같다.
그때서야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난 사람과의 관계에 지쳤었다. 누구보다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못난 내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는 게 싫었다. 항상 그렇게 나를 감추며 살아왔다. 마음이 가까울수록 쉽게 상처받는 법이라는데,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 난 상처만을 받을 뿐이었다. 결국 난 꿈을 위해 혼자가 된 게 아니었다. 난 그저 사람에게서 도망쳐 작은 방 안에 숨어 들어간 아이였다.
사람이 무서웠다. 무섭고 또 무서웠다. 미움받는 게 무서워 웃어 보이면 곧장 나를 무시할 것만 같아 더 큰 소리로 말하곤 했다. 항상 말에 영혼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연기가 능숙한 편은 못되나 보다.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서 함께 어울려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면 어김없이 또 다른 상처가 생겼다. 흉터가 생기기 전에 항상 상처가 먼저 생겼다. 딱지가 생기기 전에 피가 먼저 흘렀다.
그냥 계속 혼자일 순 없을까. 외로움은 지독히 내게 따라붙는다. 이 외로움에도 의미가 있다면 더는 상처받지 않을 수 있길. 언젠가 만날 누군갈 위해 외로움이 있는 거라면 그 순간까지 덜 아플 수 있길. 오늘도 작은 방을 나서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