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그리움이 무섭다. 문득이란 시간 안에 들어와 나를 헤집어 놓는 그 모든 그리움이 무섭다. 후회를 체에 걸러 그리움만 남긴다면 지난 모든 순간들을 추억할 수 있을까. 손가락 사이 흘러내리는 모래알 같은 기억들을 간직하기엔 그 사이 숨어 있는 가슴 아픈 후회가 아프다.
어젠 문득 네 생각을 했다. 네게 입은 상처는 아물어 흉터가 됐기에, 더는 아프지 않을 텐데. 상처 때문이 아닌 그리움 때문에 아픈 맘을 추렸다. 내가 아닌 남자의 품에 있던 널 떠올려도 아프지가 않은데, 이젠 나와 있던 네 생각에 되려 아픔을 느낀다. 넌 여전히 울고 있을까. 내 눈물이 그쳤으니 너도 눈물을 그쳤을까. 흉터는 여전하고 하나 변한 게 없다. 후회나 미련조차 없다. 그저 무척이나 생각이 날 뿐이다. 이래서 난 그리움이 싫다.
까닭 없는 그리움조차 의미가 있는 걸까. 바다를 보며 부산에 있을 너를 떠올리는 이 감정에 과연 의미가 있는 걸까. 후회도 미련도 아닌 이 감정은 그저 그리움. 미소 짓는 네 얼굴 어딘가에 담긴 감정. 내 이름을 부르던 네 목소리에 담긴 감정. 너와 찍은 사진들 어딘가에 담긴 감정. 끝나버린 사랑을 이어주는 감정. 문득 찾아온 사랑은 끝난 뒤에도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문득 찾아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