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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Oct 27. 2024

글의 의미

작가란 건 글을 쓰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마음껏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언젠가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 반년, 하염없이 글을 쓰고 원고를 준비하고 출간에 도전한 끝에 내 글에는 시장성이란 게 없단 사실을 깨달았다.


작가란 건 글을 파는 사람이다. 길거리에서 하고 싶은 말을 줄지어 늘어놓아도 듣는 사람이 없다면 연설이 아닌 그저 혼잣말이 되듯이 아무리 글을 써도 그 글을 사고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혼자만의 일기가 될 뿐이다. 출판사는 잘 팔리는 글을 원한단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고 23살의 아무것도 아닌 대학생이 쓰고 싶은 얘기를 써놓은 글은 당연히 잘 팔리는 글이 아니었다.


좋은 글을 쓰고 있다고 믿었던 지난날들이 가슴을 조이는 듯했다. 그렇다면 내가 쓴 글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배운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이런 것뿐인데. 난 작가가 될 순 없는 걸까.


내 첫 꿈이자 지금까지 갖고 있는 유일한 꿈. 난 늘 작가가 되고 싶었다. 내가 동경하던 작가들의 문장처럼 내 글이 누군가의 동경이 됐으면 했다. 내 글에 항상 있는 힘껏 나를 담은 건 그래서였다. 내 글이란 건 항상 나 자신이었으니. 난 사람들이 나를 봐주고 기억해줬으면 했나 보다.


그 모든 게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단 걸 깨달은 지금 난 여전히 팔리지 않는 글을 쓰고 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단 걸 잘 알기 때문에. 난 잘 팔리는 글을 쓰기 위해 작가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책을 내고 싶었던 건 더더욱 아니다. 난 나를 남기기 위해 작가를 꿈꿨다. 글을 쓰기로 결심했던 반년 전, 책을 출간하겠단 생각조차 못했던 반년 전, 매일같이 글을 쓴다는 일에 하염없이 감동하던 반년 전 이미 이렇게 될 거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 꿈은 오직 하나. 나를 담은 책이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것뿐이니.


어쩌면 작가가 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꿈일지도 모르겠다. 내 글은 읽는 사람보단 나를 위한 글이기에. 하지만 내게 글은 항상 그런 의미였다. 자신을 솔직히 마주하고 그대로 드러낸 글만이 읽는 사람 또한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해 준다 생각했다. 그렇기에 난 여기에 적는다.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난잡하고 정신없는 내 모습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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