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로 발작을 반복하며 온갖 생각들에 시달리던 시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지옥 같은 의문이 있다. '내가 살아온 순간들엔 어떤 의미가 있나?'. 짧은 쾌락을 좇아 헛되이 살아온 순간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하루를 지내온 나날들, 그 모든 순간들이 내 머릿속에서 반복됐고 그럴 때마다 난 지나친 세월들을 증오했다. 무언가를 하겠단 의지도 없던 날들. 글을 쓰겠단 어린 시절의 다짐이 무색하게 지난 세월 동안 난 문학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고 학업을 핑계로 내 펜은 글보다 숫자를 더 많이 써왔다. 내겐 현실이 꿈으로부터 도망치는 도피처였다. 그 현실이 돌고 돌아 결국 내 현재를 망쳐버릴 거란 걸 미리 알았다면.
행복을 좇는 게 아닌 불행을 피하는 삶. 그게 내 삶이었고 난 결국 그런 삶에 싫증이 났다. 생각은 돌고 돌아 내가 살아온 시간 전체를 향해 비난을 쏟았고 그 비난을 온전히 감내해야 할 사람 또한 나였다. 아무 의미 없는 삶을 살았다고 나를 질책했으나 다른 한편으론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으려 머리를 쥐어짜 냈다. 결국 그래서 미쳐버린 걸까. 땅바닥에 쓰러져 공황발작에 전신을 떨어댔던 건 그런 이유였나 보다. 며칠을 쉬지 않고 몸부림치던 날들 속에서 떨림을 멈추기 위해 내가 한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펜을 잡는 거였다. 그리고 이번엔 같은 펜으로 숫자가 아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문장이자 첫 시작이자 첫 글의 제목. 모든 순간의 의미. 그걸 온전히 찾아내어 글에 담기 위해 어린 날의 꿈을 다시금 꾸기 시작했다. 의미를 담으며 의미를 찾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일로 앞을 볼 수 있게, 반복되던 매 순간을 돌아보고 매 순간을 곱씹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쓰게 될 글들이 내 모든 순간의 의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