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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선정에 대해 생각 중···

더 좋은 글을 위해 더 오래 사랑하기

by 박애주





아무리 생각해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난 담에 받는 칭찬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다. 개학 전날 방학 숙제를 몰아서 해치워도 일기만큼은 절대 밀리지 않았다. 엄마 아빠랑 여행을 가도 일기장은 챙겼다고 한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던 날엔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물건을 하나 골라 잔뜩 째려본 후 그걸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러면 선생님이 칭찬해 줬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늘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일기 쓰기가 더 이상 숙제가 아니었을 때부터는 6공 다이어리와 스터디 플래너를 썼고, 지금도 뭐, 여기서 에세이를 쓰는 것처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일기를 쓰는 것은 내가 느끼고 경험한 세상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때도 지금도 이 세상은 어둡고 아름답지 않을 때가 많지만, 나는 언제나 그중에서 빛나고 반짝거리는 것을 찾았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단어와 감정, 호흡을 모아 문장으로 만들었다. 잘 정리해 놓은 문장은 나중에 꺼내보기에도 좋았다. 그러다 가끔 내 마음과 꼭 맞는 노래를 만나면, 그 노래 가사와 나의 문장을 조금 더 긴 글로 함께 엮었다. 알록달록한 사진도 골라 채워 넣었다. 이렇게 하면 절대 까먹지 않았다.







뚜렷한 주제를 가지고 우수한 창작 활동을 펼치며, 전문성・영향력・활동성・공신력을 두루 갖춘 창작자. 이곳 브런치스토리에서 선정하는 스토리 크리에이터의 기준은 그렇다. 그렇다면 덕질로 용기를 낸 어느 겁쟁이 덕후의 에세이는 이 모든 것을 보장해 주는가. 아니, 나는 감히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의 글은 그렇다. 나의 취향은 덕후 중에서 평범했고(아닐지도 몰라요~~), 취미는 용기라 쳐주기엔 지나치게 사소했으며, 잘 갖춰진 에세이라고 보기에도 문장에 부족함과 과함이 많다. 그럼에도 나는 왜 계속 글을 쓰는가.



1년 하고도 8개월, 60번째 일기. 그동안 무엇이 모자랐고, 이번에는 또 무엇이 충분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이 있다면, 나는 덕질이란 이 사랑을 어떤 형태로든 적어나갈 거란 것이다. 언젠간 이렇게 모두가 보는 곳에 몰래 쓰는 일기에 엄마 아빠 선생님, 여전히 빛나는 최애가 다녀가길, 내가 만든 내 세상을 다정하게 칭찬해 주길 바랄 뿐이다. 사실 나는 이제 제법 맘에 들거든. 그리고 마침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기를 꺼내볼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https://youtu.be/5kprfcrN8Dw?

겨울일기 - 장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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