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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공선사 Jul 05. 2024

나를 경영하는 금강경season5(23.복지무비분1)

진짜 극락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본래 나 자신이었다.

수보리 약삼천대천세계중 소유제수미산왕 여시등 칠보취 유인 지용보시

(須菩提 若三千大千世界中 所有諸須彌山王 如是等 七寶聚 有人 持用布施)


약인 이차반야바라밀경 내지 사구게등 수지독송 위타인설

(若人 以此般若波羅蜜經 乃至 四句偈等 受持讀誦 爲他人說)


수보리야, 만약 삼천대천세계 가운데 있는 모든 수미산왕과 같은 칠보무더기들을 어떤 사람이 가져다가 보시하더라도,


만약 또 어떤 사람이 이 반야바라밀경이나 내지 사구게 등을 수지독송하여 남을 위해 말해주면


부처님께서 앞에서 여러 차례 이와 유사하거나 똑같은 말씀을 하시며 두 구절을 대비해서 복덕(福德)의 크고 작음을 설하셨다.

그리고 보시를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금강경을 수지독송하고 타인을 위해서 설하는 복덕에 그 크기가 미치지 못한다고 하신다.


삼천대천세계의 칠보무더기와 그것을 보시하여 복덕을 얻으려는 마음이 일체 망념(忘念)이 되는 이유는, 보시로 얻는 복덕은 자기 존재 자체가 아니고 소유가 될 뿐이므로 부분적이고 한계가 있다. 그리고 소유는 언젠가는 사라지고 마니 결국 허망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끝없는 소유를 갈망하다 보니 삼천대천세계 전체가 자기 탐진치(貪瞋痴)의 대상이 되고 마는 것이고 정작 주인공은 자기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그러면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는 사람은 바보라서 그 많은 칠보를 보시할 줄 모르는가?


금강경의 이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므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보시할 것이다.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로 말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기의 복덕이 가져오는 소유에 대해서는 그것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소유 자체가 자기 자신에게 별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삼천대천세계는 그냥 삼천대천세계이고 칠보무더기는 그냥 칠보무더기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것들이 자기의 이익을 위한 이용대상물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가 직접 가져다가 보시를 하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어도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텐데 왜 굳이 인위적인 행(行)을 억지로 덧붙이는가 말이다.


수많은 불자(佛者)들이 최고의 탐욕대상이 두 가지인데, 바로 극락(極樂)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다.


만일 부처님을 열심히 따르고 수행을 해도 이것들을 얻을 수 없다고 한다면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극락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욕심을 부릴수록 더울 멀어지는 대상이다.


붙잡으려고 하면 더더욱 멀어지고,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고, 찾으면 숨어버리고, 찾지 않으면 다가와서 살며시 모습을 힐끗 내비치며 약 올리는, 마치 숨바꼭질 비슷한 것이다.

오늘도 열심히 자기 자신과 극락과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서로 숨바꼭질 놀음을 하고 있다.


물론 힘이 달라지고 숨이 차서 포기하는 것은 대부분 자기 자신이다.


극락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자기 자신과 아무런 관계없이 그냥 여여하게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극락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나 자신과 따로 존재한다는 망상(妄想)을 버려야 한다.


내가 극락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숨바꼭질하는 것은 그것들이 실제의 극락과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아니고 내가 상상해서 만들어 놓은 가공(架空)의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즉, 나 자신이 환상으로 만들어놓고 그것을 찾는다고 헤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위해서 삼천대천세계의 칠보무더기로 여기저기 보시한다. 결국 이 보시는 자기의 탐욕을 채우려는 보시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속에 보이지 않는 죄(罪)와 업(業)이 숨어서 잉태된다. 그래서 보시공덕이 유한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탈출하는 법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극락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허깨비인 나 자신을 철저히 부숴버려야만 가능하다.


그러면 진짜 극락과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본래 나 자신이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위한 것이 바로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는 것이고 사구게를 타인에게 설하는 것이 된다.


어찌 칠보무더기를 보시하는 공덕에 비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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