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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70호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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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우편집위원회 Sep 23. 2024

70호 기념 특별 문답

정리정돈 비상

문우의 70호 발간을 기념하며, 편집위원들끼리 소소하게나마 특별한 문답 기획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아래는 70에서 연상할 수 있는 세 가지 주제에서 파생된 질문과, 그에 대한 편집위원들의 답입니다.



1. 고희

고희 : 고래(古來)로 드문 나이란 뜻으로, 일흔 살을 이르는 말. 두보의 <곡강시(曲江詩)>에 나오는 말이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 이 말이 나오게 된 곡강시의 부분을 보면,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되어있는데 직역하자면 예로부터 사람이 일흔 까지 사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문우가 70이라는 드문 숫자까지 많은 호를 발간하게 된 것을 축하하며, 우리가 바라는 앞으로의 문우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 비상: 공동체 내의 합의된 PC주의^^가 계속되었으면 좋겠고 문제도 공동체가 함께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끝까지 혁명하자! 끝까지 Riot으로 남자~


- 도토리: 문우의 오랜 역사 속 한 장을 함께하게 돼서 의미가 뜻깊습니다. 윤동주 시인이 그랬듯이, 시대 속에서 지워지는 용기 있는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랍니다.


- 단(丹): 문우가 보금자리를 찾는 모두에게 한없이 따뜻한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를 상처입히지 않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다정한 공동체가 이어지길 바란다. (+ 비상 말에 500% 동의 ^_^)


- 튜브: 지금처럼 편안하고 부담 없는 공동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저의 감상대로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든든한 공동체로 남아주길


- 유연: 우리가 서로를 돌보는 걸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공동체이기를! 비록 지치고 힘들어도 서로를 걱정하고 보살피는 걸 멈추지 않기를! 퀴동 들어가긴 애매하고 좀 공부는 하고 책은 읽고 싶지만, 학회는 부담스럽고 같이 퀴퍼 갈 친구는 사귀고 싶고 술 마시는 건 힘들고 오타쿠 친구는 사귀고 싶지만, 오타쿠 동아리는 껄끄러운… 아이들이 대학에서 마음 둘 곳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고, 그게 문우였으면 좋겠다!


- 데어: 문우가 저에게 편안한 공간이라서 좋아요. 앞으로 문우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편안한 곳에 발 딛고 서서 위험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의 글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 산도: 그저 지금처럼 편안하고, 존중하며, 따뜻하고 포근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부담 없이 마음을 보일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남길 바라요.


- 어푸: 잘 먹고 어려운 상황에도 포기하지 말고 공부하고 힘닿는 만큼 투쟁하면서 쭉쭉 이어가요



2. 칠순 잔치

칠순 잔치: 문우가 70호, 칠순이라는 숫자까지 발간되어 온 것을 축하하며, 문우의 칠순을 함께 만들어가는 나의 칠순은 어떤 세상이었으면 좋겠는지 적어봅시다!

- 비상: 주민등록증에 성별을 표시하는 숫자가 없었으면 좋겠음! 거기서 더 나아가서 ‘등록’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도토리: 지금보다 폭력이 줄어든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물리적 폭력은 물론이고, 언어적, 구조적 폭력까지 모두 감소한 세상이요. 사람들이 서로를 더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 단(丹): 인간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ex. 수면 부족, 카페인 과다, 강박과 불안, 구조적 폭력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등등이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자신의 행복을 큰 노력 없이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당.


- 튜브: 같은 인간이라기엔 너무 XXX들이 많은 지금 세상과는 달리 혐오와 무지를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이유 없는 비난과 폭력이 사라지고 다정함이 가득한 세상이면 조켄네요. 그리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믿을만한 사법 체계가 구축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댈 수 있는 공권력이 바로 선 세상이길.


- 유연: 내가 칠순이나 되었을 때는 이 지긋지긋한 입시제도도 대학 서열화도 없어졌을까? 지금보다 덜 더울 것 같지는 않은데… 음. 내가 걱정하는 어떤 문제든 간에 해결된 세상은 어쩐지 상상이 잘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정신병 있는 아이들이 편하게 정신과를 갈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 데어: 칠순이 되면 아무래도 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되겠죠? 시력도 체력도 그밖에 여러 문제들도~ 우리가 서로를 보살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요. 그리고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단점이나 약점이라고 생각되지 않기를. 


- 산도: 칠순이 되면, 그때만큼이라도 제가 원하는 편안한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전부터 '편안하고 푹신한, 잔잔한 세상'을 원한다며 마치 저의 슬로건 문구 마냥 메모장에 적어두곤 했는데.. 웃는 나날만 바라는 건 아니니 울고, 화나고 짜증 나더라도 이 모든 게 잔잔히 흘러갔음 좋겠어요. 잔잔히 흘러간다는 건, 아무리 힘들더라도 믿을 구석이 있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처럼 편안히 그 기분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것!


- 어푸: 나의 칠순? 올여름이 너무 더워서 칠순의 세상을 상상하는 것이 조금 무섭네요.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불평등하고 혹독한 멸망이 두려운 매일이에요… 하지만 두려움에 매몰되지 않고 칠순에 지게 될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세상을 같이 가꿔나가봅시다…



3. 70

70이라는 숫자는 찌르는 형상(7)과 동그란 형상(0)이 같이 있는 형태로 표기되는데요. 이런 70처럼, 우리에게는 날카로운 관점과 동시에 모두를 둥글게 감싸안을 수 있는 연대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각자 가지고 있는(혹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날카로운 관점 하나와, (각자 실천하고 있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둥근 연대를 하나씩 적어봅시다! 

 비상: 누가 굉장히 짜치는, 헛소리, 를하면 하하~ 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정색. 할 수 있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 너무나도 다양한 집단이 퀴어지만, 어떤 퀴어든 간에 서로 연대하고 서로의 힘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도토리 : 가까운 사이라도 상대의 가치관을 바꾸려 하거나 그들의 생각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반대할 수 있는 날카로운 태도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상대방의 가치관과 경계를 존중하며,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포용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단(丹):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당연하게 내뱉는 사람에게 '그거 아닌데?'라고 하는 중. 말하기 전의 긴장보다 말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아가는 중. /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든 이들을 좋아해. 모든 부분을 긍정할 수는 없겠지만, 너의 '살아감'을 응원해.


- 튜브: 모두가 도움도 안 되고 필요도 없는 노골적인 비난에 대해 비판하고 끊어낼 줄 아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평소 표현을 하거나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은 아니지만 누군가 동의를 구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신고 버튼 누르고, 좋아요 누르고, 청원 동의를 꼬박꼬박하는 편입니다. 정말 작은 일이지만 마음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힘을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 유연: 아무래도 난 마음속이 쉽게 날카로워지는 사람인데,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 그리고 이 날카로움이 누구 혹은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 천천히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어딜 향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날만 세우는 마음을 잘 가다듬어 정확하게 ‘찌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 내가 지치고 여유 없는 상황이라 해서 남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결정 내려버리지 않기! 사람을, 삶을 궁금해하는 마음이 내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지키고 싶은 연대의 마음이다~


- 데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질문할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우는 언론단체이니 예를 들자면, 언론은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한다고 할 때 무엇이 공정한 보도인지, 언론이 누구에게 귀 기울여야 하는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 꾸준히 질문하기!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기. 남을 포기하지 말기. 친구들을 믿는 만큼 다른 사람의 변화 가능성을 믿기. 


- 산도: 문제를 발견하면 다 같이 바라보기라도 했으면. 그리고 나 또한 조금은 날카로워지면 좋겠다! 어느 부분은 끊어내야하고 어느 부분은 넘어가도 되는지, 그런 부분을 잘 파악하고 싶다. / 개인의 힘으로만 어떻게든 해보려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그러한 사람들에게 내 힘을 조금은 나누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각자가 가진 힘의 양은 제한되어 있을지라도 언제든 재생될 수 있으니 선뜻 나누어주면 좋겠다. 


- 어푸: 나의 생각과 자리가 어떤 상황이나 상태에 있는지를 날카롭게 돌아보고, 나와는 다른 존재를 튕겨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들여다보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모두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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