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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란 Feb 16. 2024

예비고1 오리엔테이션 7탄

내가 만드는 경쟁력있는 생활기록부

계속 생활기록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너희는 너희 생활기록부를 제대로 본 적이 없을거야. 너희의 생활기록부는 지금 당장 너희 집 앞 초등학교에 가서도 뗄 수 있는데 몰랐지? 전국 어느 학교나 같은 나이스NEIS라는 시스템 안에 생활기록부를 기록해놓기 때문에 이게 가능해. 너희는 얼마전에 졸업을 했기 때문에 중학교 생기부를 지금도 떼어볼 수 있지만 학년이 바뀌는 2,3학년 아이들은 아마 3월1일이 되어야 작년 생기부를 볼 수 있을거야. 종이생기부라면 학교 행정실에서 떼볼수 있지만 나이스NEIS 시스템을 통해 언제든지 집에서 조회해볼 수도 있어. 중간고사, 기말고사 성적은 시험이 끝나고 한 달이 채 안 되어 확인할 수 있고, 나머지 각 교과샘들이 써주시는 과목별세부능력특기사항(과세특)이나 담임선생님이 써주시는 행동발달특기사항(행발), 자율활동, 진로활동, 동아리샘이 써주시는 동아리활동은 다음 학년으로 넘어간 3월1일 이후에 볼 수 있어.


자, 한번 찾아보고 싶지?

네이버에 <나이스학부모서비스>라고 검색해볼래? <나이스대국민서비스>가 나오는구나. 거기 들어가 저 학부모서비스 바로가기를 눌러서 부모님이 학부모가입을 하고 너희들을 자녀로 등록하면 나이스 조회가 가능해.

그런데 생각해보니 너희가 현재 소속이 애매하구나. 중학교에도 고등학교에도 소속되어있지 않잖아.

아마도 너희가 입학한 후에 가능하겠네. 이건 3월에 엄마와 함께.


그러나 내가 여기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생활기록부를 일 년을 마치고 볼 수 있다고 그 이후에 관심을 가지면 큰일 난다는 사실이야. 이제 너희 중학교 생기부는 더이상 고칠 수 없지만 그래도 한번 떼보고 싶지 않니? 그렇담 내일 네 신분증을 들고 집 앞 아무 학교나 가서 행정실을 찾아. 대부분 1층에 있어. (엄마가 가시는 경우에는 엄마 신분증과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같이 가져가야 해) 네 중학교 생활기록부를 떼 와서 과연 네 모습이 거기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 한번 확인해 봐. 그리고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도 중학교와 구성은 같으니 과세특, 자율, 진로, 동아리, 행발이 어떻게 채워졌으면 좋을지 상상해보면 좋겠다.




고등학교 생기부는 대입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데 일단 학년이 바뀌고 나면 생기부내용을 고칠 수가 없어. 그래서 학교에서는 겨울방학 중에 하루정도 학교에 나오게 해서 본인의 생기부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단다. 원칙적으로 생기부는 선생님들의 관찰을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쓰여지는 내용에 대해 너희들의 발언권은 없어. 그러나 선생님들에 따라서는 너희들의 한 학기, 혹은 일 년간 활동한 내용에 대한 '자기평가서'를 방학 전에 적어내게 하시는 분도 계셔. 그러므로 너희들은 본인이 한 활동들과 과제들을 잘 정리해 둘 필요가 있지. 그리고 이 내용은 나중에 대입 면접을 준비할 때도 매우 큰 도움이 된단다. 면접관이 1학년 통합사회 수행평가로 낸 특정 탐구활동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게 그 때 생각이 나겠니? 하지만 그때 제출한 보고서나 발표한 PPT자료가 컴퓨터에 있다면 준비하는게 훨씬 수월할거야.


면접은 말하자면 내가 낸 문제로 보는 시험과 같은거야. 미리 무슨 질문이 나올지 알고 보는 시험. 그런데 출제자가 나야. 왜냐하면 면접관이 내 생기부를 보면서 거기에 있는 내용을 물어보는 거거든. 이걸 생기부 기반 면접이라고 해. 이런 면접은 생기부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나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기회인데 도리어 이런 면접시험에서 제대로 답하지 못해 점수를 깎아먹는다면 너무 억울하겠지?


그 시험에서 면접관이 알고 싶은 건 세 가지야. 첫째, 생기부에 써있는 활동을 학생 본인이 직접 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둘째, 그 내용에 대해 대체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셋째, 그 주제에 대해 그 학생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그 깊이에 대한 확인이지. 나중에 면접에 대해서도 얘기할 기회가 있을거야. 그건 3학년 때.





자, 이제 너희들이 좋은 생기부를 만들기 위해 일년 간 틈틈히 할 수 있는 꿀팁을 알려줄게.



1. 컴퓨터에 폴더를 만들고 과제물 넣어두기.

-조슈아의 1학년 수행과제물 폴더-

짜잔! 조슈아형이 1학년 1년동안 제출하거나 발표한 자료들을 한 폴더에 넣어두었어. 이건 웹하드에 넣어두면 더 좋아. 집에서 작성한 PPT를 USB에 넣어가거나 이메일로 본인에게 보내서 교실 컴퓨터로 열어 발표하는게 보통인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웹하드에 넣어두면 어디서든 접속해서 다운 받을 수 있어서 좋거든. 웹하드에 있는 자료는 폰이나 태블릿, 학교 컴퓨터 등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하니까. 네이버나 구글에서 제공하는 기본 용량으로도 충분할거야.



2. 각 활동에 대해 정리해두기.

-과목별 수행평가 요약-


지난주에 조슈아형이 교과서 받으러 하루 학교 가던 날 생기부 확인도 할 거라고 해서 정리해서 프린트해 간 내용 중 일부야. 이건 과제를 제출하거나 발표를 할 때마다 적어놓으면 좋은데 사실 조슈아형도 1학기 말, 2학기 말 정도에 한꺼번에 한 거 같긴 하다. 선생님들이 방학 때 과세특 작성을 많이 하시니 방학 전에 교과샘들께 드렸으면 좋았을텐데 타이밍을 놓쳤지 뭐야. 선생님이 요청 안 하셔도 이렇게 적어드리면 좋은 이유가 있어.


첫째, 발표나 탐구보고서를 보신 선생님과 그것을 준비한 나의 입장에서 기록되는 활동의 핵심내용과 부각시키면 좋을 포인트가 다를 수 있다.


물론 선생님이 생기부를 더 많이 써보셨고 대학이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를 너보다 더 잘 아시기 때문에 알아서 잘 써주실거야. 그런데 만약 발표할 때 네가 그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나 선정이유, 너의 진로와 관련하여 이 연구가 가지는 의의, 이 주제를 준비하고 발표한 과정에서 네가 정말 자랑스러웠거나 새로 배운 점 같은 것은 직접 말씀드릴 기회가 없었으니까 선생님이 모르실 거 아니야. 그런 부분을 저렇게 정리해서 드리면 선생님이 과세특을 작성하시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어.

(참고도서:'명문대 합격생 학생부 대공개 3',에듀진)


둘째, 내 발표나 활동에서 드러났으면 하는 포인트를 선생님이 파악하시지 못했을 수 있다.


과목별로 1500바이트, 글자수로는 700자 남짓한 한정된 분량만이 허락되기 때문에 만약 네가 한 활동이 많다면 선별해서 적어야할 수가 있어. 요즘은 선생님들이 왠만하면 분량은 꽉꽉 채워주시는데 정작 생기부를 통해 너를 평가하는 대학입학사정관의 입장에서는 눈에 띄지도, 특별히 너의 특이점이나 우수성이랄 것도 없는 내용만으로 가득찰 수도 있거든. 나는 이런 내용을 '바이트쓰레기'라고 불러.


네가 이렇게 꼭 적혔으면 하는 내용을 써가면 선생님은 그 내용을 더 충실히 쓰는데 바이트를 할애하실거야. 그냥 보고서 내용요약 정도로 끝날 수도 있었던 과세특을 너의 탁월성을 보여주는 공격적인 내용으로 바꿀 수 있는거지. 그런걸 '경쟁력 있는 생기부'라고 불러. 생기부의 질은 선생님이 아니라 네가 만드는거야.


셋째, 내가 발표하거나 활동한 내용이 생기부에서 누락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위의 조슈아형이 가져간 종이 좀 봐줄래? 우린 저걸 집에서 프린트해서 과목별로 잘라서 학교에 가져갔어. 그 날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각자의 생기부를 뽑아 주시고는 혹시 빠진 내용이나 잘못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담당선생님께 찾아가라고 하셨대. 형은 자기가 가져간 메모와 선생님이 써주신 내용을 비교해보며 혹시 더 적혔으면 하는 내용이 있는지 봤는데, 선생님들이 자기가 적은 것보다 훨씬 더 잘 써 주셨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한국사 선생님은 찾아뵈어야 했대.

아래 자산어보는 '독서활동지'라는 양식을 선생님이 나눠주시고 책 선정이유, 줄거리, 새로 알게된 점, 더 생각해 볼 문제, 추가 독서계획 등을 표 안에 채워넣는 형식으로 낸 과제물이라서 굳이 정리해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슈아 형의 진로와 관련하여 중요한 내용이었고 2학년때 이와 연관한 후속 활동을 계획 중이라 누락되면 안 되었거든. 그래서 저렇게 제목만 적어 갔어.  물론 그건 잘 적어주셨대.


그런데 조슈아형이 공을 많이 들인 이순신 발표 내용이 빠져있고 조광조 발표가 들어가 있었다는거야. 선생님은 조광조가 이순신보다는 인물탐구주제로 덜 흔해서 선정하신건지 모르겠지만 조슈아 형의 이순신 발표는 '주제는 흔하지만 관점은 독창적인' 연구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선생님께 저 종이를 들고 가서 말씀드리니 이미 분량이 다 찼다고 말씀하시더래. 그래서 선생님께 자신의 이순신 발표내용이 꼭 적혀야하는 이유와 부각되었으면 하는 관점을 설명드리니 그럼 조광조를 빼도 되겠냐고 하셨고 형은 그렇게 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저 종이를 드리고 왔다고 하더라고.




자 이쯤 되면, 내가 쓰는 생기부가 아니지만 (선생님의 눈과 손을 빌어) 내가 쓰는 생기부라는 생각이 들지? 이렇게 능동적으로 여러 과목과 자율, 진로, 동아리 활동을 신경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관심사가 되는 몇몇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활동들이 유기적으로 연관성을 가지게 되어있어. 그런 생기부는 너라는 사람의 관심과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는 기록이 되는거지.


심지어 담임선생님이 온전히 책임지시는 행발도 네 노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조슈아형은 1년동안 일등으로 등교를 해서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아침마다 교실 환기를 시켰거든. 그걸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행발에 써달라고 부탁드렸지. 웃기다고?


어떤 선생님은 한달에 한번씩 '친구 칭찬하기' 시간을 갖고 구체적인 선행사례를 모으시기도 하더라. '분리수거날 저와 함께 담당이던 친구가 결석을 했는데 **이가 저를 도와주어서 칭찬합니다.', '제가 물어본 수학문제를 **이가 이틀간의 점심시간을 할애해서 개념부터 정리해서 이해시켜주어서 고마웠습니다' 같은 사례를 모아서 행발에 기록하려고 하신거지. 내 입으로 내 칭찬을 하기가 좀 쑥스러울수도 있지만 이런 사례를 휴대폰 메모장에 모두 기록해 놓았다가 학년말에 샘께 가져다드리고 행발에 써달라고 말씀드려. 선생님은 너무너무 기뻐하실거야. 행발이 담임선생님들께는 매우 큰 짐이거든.




학종은 자사고 특목고 아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데 일반고 생기부로는 그들과 애초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생기부 신경 하나도 안 써주는 깡시골 일반고 아이가 자신의 탁월한 관점이나 탐구능력 등을 적극적으로 기록해서 서울대에 떡하니 붙은 예도 꽤 있거든.


특목자사고에서는 애초에 교과등급으로는 높은 학교를 잘 못쓰니 학교 전체가 생기부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반면 일반고는 챙기는 사람들만 챙긴다는 차이가 있지. 내가 봤을때 특목자사고 아이들이 착각하는게 있는데, 자신들은 학교에서 판을 많이 깔아주고 일반고와는 달리 화려한 무언가를 많이 하니 시키는 것만 하면 대학이 알아서 자신들을 인정해줄 거라고 믿는 거야. 그런데 입학사정관들도 그렇게 수동적으로 만들어진 생기부에서는 탁월성을 못 찾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


그레이스 누나가 쓴 연세대 활동우수형 전형도 학종인데 누나는 당당히 합격했잖아. 하긴 수시 합격한 친구들을 만나보니 그 전형으로 연세대 치의예과에 합격한 일반고는 누나 한 명 밖에 없긴 했다더라. 그런데 중요한 건 다른 합격생들도 특목고여서 자사고여서 합격한 게 아니라 생기부에서 학생의 탁월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는거지. 학종도 내신이 어느 정도 되어야 쓸 수 있으니 내신도 괜찮으며 생기부까지 신경 쓴 일반고가 밀릴 이유는 하나도 없음. 이건 모든 등급대에서 다 해당되는 얘기임.


내 생기부가 과연 경쟁력이 있는가는 상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판단이 어렵지만 너무 부담 갖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모든 과목, 모든 영역에서 다 뛰어난 기록을 남기는 건 불가능하거든. 최상위권 대학이나 의치한약수 생기부가 아닌 이상 일년에 한 두 과목 정도에서만 독특한 연구가 보이거나 특정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될 수 있어. 어차피 내가 가고 싶은 그 대학 그 학과에 지원할 친구들도 다 나랑 비슷한 성적의 비슷한 성향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디 외계에서 기깔나는 생기부를 가지고 와서 나를 무찌르는 아이들이 엄청 많을거라고 생각하고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세상에 별 사람 없다.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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