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5
요즘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로 성격을 확인하는 것이 유행이다. MBTI는 성격이 인간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여 실생활에 적용하는 지표로 16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유독 학생들은 자기 미래를 16개의 틀에 가둬두는 것 같다.
두 학생이 상담하러 왔다. 한 학생은 기한(deadline)이 가까워져야 움직이는 성격이라 평상시에는 계획을 세워도 실행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마케팅 분야에 적성이 맞는데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먼저 첫 번째 학생에게는 기한이 가까워지면 일을 하는 것과 기한을 한참 남겨두고 일을 하는 것은 자기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선택이 가능한 이유는 기한이 지나도 인생이 끝나지 않아 못했던 일을 하거나 잘못된 일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인생의 기한이 가까워져야 하고 싶거나 해야 하는 일을 한다면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인생의 기한이 끝나면 하고 싶거나 해야 하는 일을 더는 할 수도 수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동안 후회하지 않으려면 하고 싶거나 해야 하는 일을 미리 하면 좋지 않겠냐고 조언하였다.
두 번째 학생에게는 마케팅 분야에 적성이 맞는다면 어디에서 일하고 싶은지 물었다. 학생은 회사에 취업하여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순서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케팅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할지를 궁금해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사실 회사에 들어가도 일이 생각했던 적성과 맞지 않을 수 있다. 회사는 지원자를 뽑을지 말지 고민하는데 지원자는 적성에 맞는 일이 아니면 회사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대학원 졸업할 때 즈음 경솔했던 나의 경험이 생각난다. 나는 한 회사 면접에서 사장님에게 지식을 활용하여 회사 자산을 몇 배로 불려놓겠다고 호언장담(好言壯談)했었다. 내 얘기를 들은 사장님은 실눈을 뜨더니 교통비를 받아 가라고 했다. 그때 사장님은 갓 졸업한 내가 얼마나 가소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 물정 모르는 핏덩이에게 수십 년을 걸쳐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맡길 리 만무하였다.
나는 두 학생에게 물었다. 적성에는 맞는데 돈이 적은 직업과 적성에는 맞지 않는데 돈이 많은 직업이 있다면 어느 직업을 선택할지 말이다. 물론 적성에도 맞고 돈도 많이 버는 직업이라면 너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직업만 찾는다면 우리는 평생 직업을 갖지 못할 것이다.
학생이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다는 것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어쩌면 학생은 적성에 갇혀 숨겨진 능력을 발견할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16가지 유형으로 확인된 성격이 인생을 결정했다면 사람들의 삶도 16가지로만 나타나야 한다.
시험을 통해 확인된 적성이 정말로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성대로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는 또 다른 질문이다. 적성대로 세상을 살고 싶지만, 세상은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세상은 세상에 필요한 사람만 포용한다. 그래서 변화무쌍(變化無雙)한 인생은 노력하는 자에게만 선물이 된다. 인생은 적성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을 때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