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24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원인은 수천수만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강력한 원인은 타고난 기질일 것이다.
기질은 태어날 때부터 갖게 되는 정서, 반응 또는 자제력으로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 아이가 왜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면 그 아이의 기질을 살펴봐야 한다. 아이가 원치 않는 외부 압력에 시달리며 기질대로 살지 못하면 오히려 그 기질은 강화될 것이다.
내가 아이를 갖기 전에는 아이가 공부 못하는 이유를 노력 부족에서 찾으려고 했다. 옛날 사람들은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게으르고 노력이 부족한 것이니 마땅히 못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부를 잘해야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은 잘못된 교육 제도와 왜곡된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다.
지인은 아이가 둘 있는데 서로 기질이 너무 다르다고 했다. 첫째 아이는 조용하고 호기심이 많아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였다. 반면에 둘째 아이는 활달하고 호탕하여 친구가 많았다. 두 아이가 세뱃돈을 받은 적이 있다. 첫째 아이는 세뱃돈을 꼬깃꼬깃 접어 지갑에 넣고 다녔다. 반면에 둘째 아이는 세뱃돈을 받자마자 친구들과 노는데 다 써버렸다. 두 아이의 기질 차이는 부모가 노력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었다.
그 지인은 두 아이를 잘 키우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나 두 아이는 결국 기질대로 자랐다. 첫째 아이는 진득하니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였고 결국 의사가 되었다. 둘째 아이는 활달하고 운동을 좋아하여 헬스 트레이너가 되었다. 두 아이에게 모두 양질의 교육을 제공했지만, 아이들은 기질대로 성장하였다. 물론 부모가 아이의 기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아이는 어렸을 때 공부하지 않다가 뒤늦게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아 공부로 성공한 예도 있다.
나 역시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떤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확실한 것은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기질이 다른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공부에 적합한 기질을 타고난 아이들만 대접받는 한국 사회가 안타까운 것이다.
몇 년 전 호주에서 살아본 적이 있다. 호주 아이들은 고등학생이 되면 기술로 먹고살지 공부로 먹고살지 결정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공부를 못 한다고 낙오자의 부정적인 감정을 갖지는 않는다. 그리고 기술로 먹고살다가 필요하면 다시 대학교에 들어가 공부한다. 자기가 가진 기질을 거스르지 않고 인생을 설계하는 그들이 부럽다.
한국 아이들은 기질에 상관없이 사회가 정해준 대로 인생을 설계한다.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찾아주지 못하는 교육 제도가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바뀌려면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여야 한다. 그러나 압축성장과 경쟁 사회 속에 커져 버린 한국에서는 공부 성적이 인생 전부로 전락하였다.
부모는 한국의 교육 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모두 소중한 아이인데 세상은 자꾸 공부 잘하는 아이만 주목한다. 아이가 공부를 못하는 이유가 아니라 공부를 안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줄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안 해도 인생을 살아갈 다양한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다행히 최근에 다양한 직업들이 생기면서 공부가 전부는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부모는 아이가 공부 못 한다고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에는 부정적인 면이지만, 긍정적인 면도 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빨리빨리 문화이다. 사회가 급변하니 삶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세상도 빨리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부모는 성적보다 아이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교육 제도가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속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