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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범진 작가 Mar 10. 2024

위선자를 알아볼 수 있는 이유

관계 18

아직 내 마음은 노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나의 노화를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세월은 나에게 노화를 주었다. 그러나 세월이 나에게 노화만 준 것은 아니다. 세월은 나를 담금질하여 위선자(僞善者)를 알아볼 수 있는 혜안(慧安)도 주었다. 위선자는 말 그대로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서 실제로 나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다. 인간관계에서는 배신의 아이콘일 수 있다.     

 

직장 생활과 학교생활을 하면서 위선자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상처 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상처받은 사람은 잊을 수 없다. 상처 준 사람은 가슴속에서 배신을 뱉어냈지만, 상처받은 사람은 가슴속에 배신을 새겼기 때문이다. 위선자를 알아볼 수 있는 이유는 자기가 위선자라고 떠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나는 다음의 사람을 위선자로 이해하였다.     


첫째, 목소리 톤(tone)에서 그가 위선자임을 짐작하였다. 그의 목소리는 많은 사람 앞에서 가늘고 높았다. 목소리 톤이 높다는 것은 당신에게 호의적인 마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증권회사에 다닐 때 고객을 응대하는 효과적인 목소리 높이가 “솔”이라고 배웠다. 목소리 톤이 높을수록 상대방에게 밝은 느낌을 주며 기분을 좋게 만든다. 또한 상대방에게 가벼운 느낌을 주어 부담을 갖지 않게 한다. 어느 날 그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볼 것이 있어서 전화하였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에 목소리는 너무도 낯설게 낮고 굵은 권위적인 목소리였다. 내가 누구인지 밝히자 그의 목소리 톤은 다시 높아졌다. 그가 너무 이상하리만큼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조직개편 때 아무런 인사도 없이 자기 이해에 맞는 곳으로 떠났다. 나는 그의 이중성을 의심했기에 마음의 상처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좋은 사람이라며 두둔했던 분은 한동안 마음의 상처가 컸다.      

둘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가 위선자임을 짐작하였다. 그는 언제나 두 손 모으고 어깨를 움츠리며 다녔다. 그리고 선한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세상에 이렇게 겸손한 사람이 또 있을까 할 정도로 낮은 자세였다. 그러나 가끔 그는 자기가 예전에 어디에서 누구와 같이 일했다며 은근히 존재감을 과시했었다. 그래서인지 자기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납작 엎드리지만 자기가 만만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무심한 태도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그는 조직개편 때 힘이 세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붙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권력자의 힘이 빠지면 다른 곳으로 떠날 사람이다. 

    

셋째, 혼자 결정하지 않는 모습에서 그가 위선자임을 짐작하였다. 그는 언제나 자기 생각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았다. 소신 있는 발언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의중만 떠보기 바빴다. 그래서 그와 대화하다 보면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좋은 사람 같긴 한데 줏대가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주로 자기 의견을 다른 사람들을 앞세워 피력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려서 자기도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하여 자기 생각대로 움직인 것이다. 인간적인 정을 주고 싶어도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다.  

        

세월이 흐르니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좋지만혼자여도 나쁘지 않다많은 사람과 함께 하면 사람들로부터 위로도 받지만마음의 상처도 받는다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겠지만 선택한 고독은 진정한 자유를 준다위선자에게 기대할 것이 없으니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세월이 준 혜안(慧安)이 계속해서 위선자를 알아볼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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