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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Jan 29. 2024

1. 귀신 곡할 일

생애 첫 시험을 치른 녀석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조기에 지원하고자 7월에 진단검사를 실시한다.


모든 아이들을 제 자리에 앉히고, 선생님을 보게 하고, 연필 잡게 하고, 큰 소리로 읽게 하고, 방법을 생각하게 하고, 답을 쓰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친구들 앞에서 설명하는 과정을 반복 지도해왔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내 ‘목청’과 ‘결국엔 성장하리라는 믿음’으로 낳은 자식들이 생애 첫 시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울컥해서 뒤돌아 눈물을 닦았다.


아이들을 보내고 시험지를 확인하는데 싸늘하다.

다른 문제에서의 오답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데, 한 문제의 오답은 전혀 이해되질 않는다.

더군다나 그 문제의 우리반 오답률이 거의 100%다.


다음날 아침, 선생님이 시험지 매기는데

귀신 곡할 일이 있었다

고 하니


‘우리 엄마가 양말 한 쪽 찾을 때 그 말 쓰더라’부터 시작해 ‘반찬통 뚜껑이 없어졌을 때 들었다’, ‘귀신이 나왔냐’, ‘뭘 또 가져갔냐’는 등 쏟아지는 질문에 30분을 설명했다.


1교시 한참 지나,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문제 답, 왜 38이니?




대답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문제 ‘다음을 수로 써 보세요’에서의 ‘다음’을 보고, 삼십칠 ‘다음’ 수를 썼다는 것이다.


역시 내 새끼들. 다~ 내 잘못이다.


틀렸다고 말해서 미안해.


우리한테 바로 물어보세요.
귀신 고깔한테 물어보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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