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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Jan 31. 2024

2. 똥 연구

초등학교 화장실 첫 경험

간만에 여유롭다 했던 오후,

조용한 복도에 급히 달리는 발걸음 소리가 울린다.


앞문이 드르륵 열리고,

눈물 그렁그렁한 아이가 “선생님”을 외친다.

깜짝 놀라 아이를 살펴보니 희한하다.

대변이 등~허리에 잔뜩 묻어있다.


똥 닦을라는데
똥이 미끄덩해서
등까지 올라갔어요


초등 1학년과 살다보면,

대소변 처리 능력이 미숙하여 난감한 일이 생긴다.


사태 방지를 위해 1학기에 대소변으로 생기는 문제 원인을 분석하고 방안을 도출했었다.


시간: 공부시간 선생님에게 화장실 가겠다는 말을못하거나, 쉬는시간 놀이를 멈출 수 없어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 독한 약기운에 실수하는 일도 많다.

거리: 변기까지 도착하지 못하고 실수한다.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처럼 대소변 실수가 복도에 흩뿌려진다.

위생: 앞 학생이 물을 내리지 않아 변기 뚜껑을 여는 순간 충격에 실수한다.

요령: 지퍼나 리본이 풀리지 않는다. 문단속에 집중하다 실수한다. 휴지를 챙기지 않거나, 모자라서 나오지 못한다. 소변볼 때 바지를 다 내리는 남학생의 경우, 엉덩이가 보여 놀림당하기도 한다

심리: 부끄러워서, 무서워서 참다가 실수한다.


덧붙여 팬티를 기저귀처럼 여기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팬티가 대소변을 막아주리라는 잘못된 믿음이 큰 재앙이 되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하여 팬티는 그 정도로 강하지 않다는 것도 단단히 일러놓았는데.


앞선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은 예상치 못했다.

음, 앞으로 누군가에게 다시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이어서 똥의 형태와 형태별 처리에 대해 아이들과 연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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