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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Feb 02. 2024

3. 비참하다

부부싸움을 본 아이는

여자아이가 굳은 표정으로 등교하여 힘없이 앉는다.

 “무슨 일 있어?” 물어도 입을 꾸욱 다문다.


혹시 등교 준비하며 속상한 일이 있었을까

어머님께 연락 드렸으나 받지 않으신다.

이마에 손을 대보니 다행히 열은 없어 일단 다른 아이들 아침맞이하러 자리를 떴다.


1교시가 시작되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어둡다.

5교시까지 책상 위에 머리를 파묻고 절대 고개를 들지 않는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뜨거운 콧바람만 내는 아이.

달래고 다그치기도 했지만, 돌덩이 같다.


하교 시간, 둘만 남은 교실에서 옆을 지키고 있는 내게 드디어 안기며 울부짖는다.


어젯밤 엄마아빠가 싸워서
엄마가 집나간다고 했어요.


진짜로 엄마가 없을 것 같아서
오늘 매순간마다
바늘이 온몸을 찌르는 것 같아요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었고, 어머니는 계시지 않았다.


교실로 돌아와 아이 책상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매일 아침 자기 마음을 표시하는 우리반 감정카드 판을 보고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활짝 웃고 있는 그 아이 가슴에 붙어 있는 감정카드는 ’비참하다‘ 였다.


그 이후로 아이들의 감정카드를 절대 허투루 넘긴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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