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교실의 부잡스러움
비 오는 날 1학년 교실의 부잡스러움은 내내 용을 써도 안 잡힌다.
첫 1학년을 맡았던 학교에서 목이 다 쉬어서는 새하얗게 질린 나에게 선배님께서 비 오는 날의 교실은 다 그렇다고 귀띔해 주셨다. 이러한 괴현상을 ‘날궂이’라고 알려주셨다.
날궂이 극복할 나의 비법 2가지가 있다.
첫 번째, 무서운 이야기 보따리를 연다.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으스스함을 연출하고 1학년 기강을 잡아준다.
까불어봤자 너희는 ‘이 이야기로 벌벌 떠는 애송이 어린아이’고 나는 ‘하나도 안 무서운 어른’이라는 서열이 정리된다.
1학년과 오래 생활할수록 무서운 이야기를 전하는 기술이 는다.
이야기 도중 제일 말 안 듣는 녀석을 놀래키다가 뺨을 맞을 정도다.
정리된 줄 알았던 서열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두 번째, 빗속으로 직접 들어간다.
우산을 쓰고 운동장을 한 바퀴 걷는다.
맨발로 빗물과 축축한 모래를 느끼며 글씨도 써본다.
우산 속에 가만히 서서 ‘비멍’ 시간을 가진다.
비를 피해만 봤지 빗방울을 관찰하고 빗소리를 듣고 비내음을 맡아볼 여유를 가지지 못한 아이들.
정말 말이 많다.
새로운 경험에 대해 나누고 싶은 말이 많은 것이다.
순간 고요해지는데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교실로 돌아와 빗속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표현하게 했더니.
또 말이 많다.
오감이 경험한 빗속 기억 조각을 한 순간이라도 잊어버릴까 집중하는 순간 고요해진다.
1학년과 오래 생활할수록 소란함과 활발함을 구분할 줄 안다.
언어 행위의 방식이나 환경보다 내용에 중요성을 부여하게 된다.
비와 관련된 클래식 음악까지 곁들여주면 오늘 아이들의 예술 감성은 끝판이다.
날궂이에 지친 선생님은 바삭한 김치전 생각에 입맛을 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