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셍님 하기 어렵다
참기 어려운 날씨의 연속이다.
수업이 끝난 지 한참 지나도 집에 가지 않고 고학년 여학생들이 중앙 현관 안까지 들어와 바닥에 앉아 수다를 떤다. 너무 덥긴 하지, 방학 전에 나누고 싶은 말이 많겠지, 대화 중 욕은 하지 말자 일러두고 업무를 본다.
늘봄교실에서 늦게 귀가하는 1학년들이 지나가기 무섭다고 데려다주라 한다. 든든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어깨에 빵빵하게 힘주고 현관으로 간다.
“지나갈 길은 만들어 놓아야지!”
휴대폰을 보며 내 말을 무시한다.
“선생님 말 안 들리냐고?”
자기들끼리 눈빛을 주고받으며 입으로 단어를 맞춘다. ‘미친’ 이었다.
몸이 떨린다. 사이를 비집고 1학년 아이들을 일단 데려다준 후 돌아온다.
“나한테 욕한 거니?”
쟤한테 한 건데요?”
“여기 있는 건 이해하려고 했지만 길을 막는 건 제지해야겠다. 나와라.”
이번에 입으로 맞추는 단어는 ‘졸라’ 였다.
서로 같은 단어를 생각해 냈다며 깔깔 웃는다.
한 번 더 소리쳤더니 마지못해 일어선다.
넹.”
면.”
“넹, 면.”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대답을 하는 것처럼 말장난을 한다.
내 목소리와 내 속을 가다듬고 물었다.
“뭐라고?”
냉면 좋아해서 냉면이라 한 건데 왜요?”
운동장에 고학년이 모여있는 무리로 들어간다.
내 쪽을 손가락질하며 이야기를 해댄다.
다 같이 낄낄거리고 “넹면”을 크게 따라 한다.
“선생님, 얘네 우리 학교 아니에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화를 삭히는 것이었다.
‘교육활동이 끝나기 전까지 외부인은 학교에 들어올 수 없다’는 규정을 확인하고 다음에는 분명하게 지도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안다. 그 말을 못해서 울컥한 게 아니라는 것을.
오늘 저녁을 사주겠다는 친구의 연락.
“날씨도 더운데 냉면 어때?”
내 앞에서 냉면 얘기 꺼내지 마라.”
그날 밤, 누워서 연습한 말을 되뇌며 여러 말을 덧붙였다 뗀다.
잠이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