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데 없는 짓도 해봐야 후회없지
개학이다.
방학 동안 쌓였던 먼지를 깨끗이 쓸고 닦는다.
모든 학용품들을 책상 위에 올리고 정리를 시작한다.
선생님도 청소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어디선가 와르르 소리가 나서 아이들 쪽을 살핀다.
음, 한 녀석이 딱풀을 세우고, 위에 크레파스를 눕히고,
그 위에 살며시 필통을 올리자 이내 와르르 무너진다.
내가 보고 있는지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다.
그걸 본 양옆, 앞, 뒤 4명이 따라 한다.
겨우 세운 물건들이 쏟아지고, 서로 섞인다.
그걸 본 또 다른 아이들 눈이 반짝인다.
‘그만!’ 소리치려다 잠시 멈췄다.
이제 소리친다.
“임무를 완수하라! 맨 아래는 딱풀,
그 위로 너희들의 책상 위 모든 물건을 올려라!”
눈빛이 전투적으로 변해 침 꼴깍거리는 소리만 내며
15분 만에 25명 모두 성공한다.
콧바람에 쓰러질까봐 숨도 쉬지 않았다고 으스댄다.
모두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제 그 누구도 장난치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를 마친다.
잠시 멈췄을 때 ‘너희들 마음이 어떨까’ 상상해봤단다.
‘그 판단 참 잘했다’ 스스로를 칭찬했다.
‘내가 또 너희들에게 배우는구나!
역시 선생님은 너희랑 만나야 해’
개학,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