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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딱풀 세우기 대작전

쓸 데 없는 짓도 해봐야 후회없지

by 차선령

개학이다.

방학 동안 쌓였던 먼지를 깨끗이 쓸고 닦는다.

모든 학용품들을 책상 위에 올리고 정리를 시작한다.


선생님도 청소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어디선가 와르르 소리가 나서 아이들 쪽을 살핀다.

음, 한 녀석이 딱풀을 세우고, 위에 크레파스를 눕히고,

그 위에 살며시 필통을 올리자 이내 와르르 무너진다.

내가 보고 있는지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다.


그걸 본 양옆, 앞, 뒤 4명이 따라 한다.

겨우 세운 물건들이 쏟아지고, 서로 섞인다.


그걸 본 또 다른 아이들 눈이 반짝인다.

‘그만!’ 소리치려다 잠시 멈췄다.


이제 소리친다.


“임무를 완수하라! 맨 아래는 딱풀,

그 위로 너희들의 책상 위 모든 물건을 올려라!”


눈빛이 전투적으로 변해 침 꼴깍거리는 소리만 내며

15분 만에 25명 모두 성공한다.

콧바람에 쓰러질까봐 숨도 쉬지 않았다고 으스댄다.


모두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제 그 누구도 장난치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를 마친다.


잠시 멈췄을 때 ‘너희들 마음이 어떨까’ 상상해봤단다.

‘그 판단 참 잘했다’ 스스로를 칭찬했다.

‘내가 또 너희들에게 배우는구나!

역시 선생님은 너희랑 만나야 해’


개학, 내일은 어떤 일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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