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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Sep 02. 2024

42. 예쁜 쓰레기

수집광 선생님은 엄마한테 혼난다

목이 늘어난 양말들을 모아놓았는데 엄마가 숨겼다.


“토끼 부분으로 엄청 귀여운 인형 만들 수 있다고.

수면양말 인형 정말 포근하다니까!”

“그걸 어디 쓰려고?”

“애들한테 자랑하고 선물할 수도 있지.”

신던 걸?”

엄마는 화를 낸다. 음, 그래 애들이 싫어할 수 있겠다.


미술 시간에 쓸 거니까 버리지 말라고!”

씻어서 모아놓은 참치캔 더미를 보고 엄마가 기겁한다.

나는 무엇인가를 잘 모으고 잘 주워 온다.

“요새는 재활용품을 준비물로 가져오기 힘드니 내가 모아야 한다!”


아이들과 분리수거장에서 캔을 색깔별로 가져와 깨끗이 씻어서 대형작품을 만든다.

남은 캔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멀리 굴리기 경주한다.

요구르트병도 깨끗이 씻어 물총놀이 타켓으로 쓰고 쌓기 놀이한다.

새 학기 교과서를 보호하던 골판지 박스로 환경보호 피켓을 만든다.

선물 포장지는 조심히 뜯어서 접어놓는다.


셀로판지 조각, 색종이 꽁다리, 노랑 고무줄, 빨대, 플라스틱 숟가락, 사인펜 몸통이 꽂힌 몽당연필, 남은 물감 등의 잡동사니로 가득한 내 학교 서랍.


엄마에게 들키면 끝장이다.

그래도 이 서랍 덕분에 학교에서 나는 만물상이다.


와, 페트병!


줄넘기 보관하기 좋지. 뚜껑은 색깔별로 모아야지!”


와, 원통 용기!


모둠별 조각칼꽂이 필요했는데!”


와, 조약돌!


납딱해서 그리기 좋네!”


“와, 도토리! 와, 솔방울! 와, 은행잎! ”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물건이지만 내 눈에는 예쁘다.


교무실에 쌓인 신문지, 아파트에 버려진 선거 공보지는 무조건 내 차지다.


마트에 추석 맞이 전단지가 있다.

눈독 들이다가 직원에게 여쭤보고 50장 받아왔다.

기분이 좋아서 엄마를 보고 웃었는데

엄마는 왜 인상 쓰면서 눈을 감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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