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사람을 고려한 선물
“선생님 선물이에요!”
큰 소리로 외치며 인형을 내민다.
주말 동안 날 생각하며 정성껏 준비해서 들뜬 마음으로 눈을 떠 교실 문을 열었을 것이다. 예쁜 마음에 보답해 주기 위해 환하게 웃으며 안아준다.
그 모습이 부러운 아이들이 자기가 더 멋진 선물을 가져오겠다며 조바심을 낸다. 당연히 안된다고 매번 가르쳤지만 이렇게 가진 물건 중 소중한 것을 건네는 경우도 많다. 곤란한 일이 생기기 전에 막는다.
“선생님은 이걸 받을 수 없어요. 선생님은 마음만 받을게요.”
아직까지는 실물을 직접 받고 만져야 기쁨에 와닿는 1학년 녀석들이라 선생님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마음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경험하면서 느껴야 할 것이 많다.
다시 명확하게 안내한다.
“편지만 받을게요.”
한 아이가 자기가 아끼는 스티커를 붙인 편지를 준다. 그 편지를 본 녀석들이 경쟁처럼 가장 예쁘고 반짝이는 것들을 더 붙여 마음을 표현한다. 편지를 받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어야겠지요?
선생님은 여러분을 가르치는 사람이고 여러분은 선생님에게 배우는 사람이니.
더 잘 가르칠 수 있게 응원해 주고 더 잘 배우겠다는 다짐만 표현되면 제일 좋은 선물일 것 같아요.”
한 녀석이 소리친다.
“선생님이 어버이날에 효도하는 마음을 담아서 부모님께 효자손을 선물하자고 했잖아요?”
그거 맴매 됐어요!
받는 사람이 주는 사람을
맴매하는데 좋은 선물이에요?”
“우리 집 맴매가 하나 더 늘어나서 침대 밑에 숨겨놨어요!”
효자손인 척하는 맴매 한 자루씩을 모든 가정에 보낸 내가 천하의 적이 되어 교실이 원성으로 가득하다.
“어른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마음대로 선물이라고 하면서 줘요.”
“맴매보단 스티커가 낫죠! 마음 표현하는 게 그렇게 복잡해요?”
선생님이 잘못했다.
나부터 선물의 의미를 다시 새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