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수업 유쾌하게 나누기
신규 선생님들과 만난다. 겨우 24~5살. 자기 몸과 마음이나 다잡을 줄 알까 걱정되는 젊은이들이 수십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배우며 산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멋지게 성공한 우수사례보다 실패한 수업 사례를 나눠보기도 한다.
한 남자 선생님이 이야기한다.
실과 수업에서 바느질 영상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따라할 수 있으리라 여기고 자료들을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업에서 시침질, 홈질, 박음질, 공그르기, 감침질, 휘갑치기 등의 방법들을 자신이 실제로 연습해 보지 않았더니 쏟아지는 도움 요청에 답을 줄 수 없어 아찔했다고 한다. 그날 밤새 바늘에 손을 찔러가며 바느질을 마스터했다고. 준비 부족 탓이라고 개미만 한목소리로 덧붙인다.
한 여자 선생님이 이야기한다.
1학년 아이들과 직조 기법으로 한복 작품을 만들기 위해 씨실과 날실을 색종이로 엮는 과정까지 험난하게 마쳤다고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그 엮은 종이를 치마 모양으로 자르라고 안내했더니 종이 조각들이 모두 잘려 분리가 되었다고. 전날 엮는 것까지만 예시 자료로 만들어놓고 완성을 하지 않았더니 엮은 종이는 자르면 안된다는 걸 놓쳐 아이들의 애씀이 엉망이 된 게 너무 미안했다고 덧붙인다.
열심히 준비한 수업에는 아이들이 쏙쏙 빨려 들어와 아이들도 행복해하고 교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교사는 역시 수업으로 말해야 한다 다짐하는 선생님들이 감사했다. 내 부끄러운 실수를 드러내는 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중한 진짜 수업 팁이 된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보다는 가래떡데이를 알려주고 싶어서 시장에서 뜨끈뜨끈한 가래떡을 준비한다. 우리 쌀로 만든 떡이 제일 맛있다는 말에 괜스레 뿌듯했다.
녹인 초코렛에 떡을 담갔다가 빼서 고명도 얹어본다.
완성된 떡 빼빼로를 종이 상자에 고이 담아 집으로 보내며 쌀의 의미를 나눠보기로 한다.
다음날 아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소리 지른다.
“선생님! 떡이 상자에 딱 붙어서 안 떼졌어요, 종이 붙은 떡이었어요!”
“아빠는 종이가 붙어서 안 먹어줬어요. 엄마가 종이 부분 가위로 떼서 주긴 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알 것 같아 5분간 멈춰 있었다.
가게에서 떡을 사면 코팅이 되어 있는 박스에 담겨져 있거나 유산지, 식품용 기름종이, 비닐 같은 것이 깔린 이유가 있었다.
“선생님은 요리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 괜찮아요. 틀려도 괜찮아!”
잘해본다고 준비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얼른 젊은이들에게 알려주어야겠다며 빡빡하게 적힌 내 실패 수첩에 한 줄 더 남긴다. 실패는 내가 해봤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