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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1학년 또 할래

1학년 담임은 매일 아침 기도한다

by 차선령

초등 선생님들 중에는 분명히 밝은데 마냥 밝지 않은 선생님들이 있다. 했던 말을 열 번 다시 하고 스무 번 설명한다. 사방의 위험을 감지한다고 눈동자를 가만히 두지 못한다.


샤랄라 옷은 입학식 이후로 입지 못한다. 옷 앞쪽에는 연필과 크레파스, 사인펜 등이 수시로 묻고, 옷 뒤쪽에는 아이가 잡은 급식판의 높이와 딱 맞아 밥을 먹는 선생님 등 뒤로 아이가 지나간 국물 흔적, 급식판을 검사받으려고 밥 먹는 선생님의 어깨 아래를 급식판으로 친 국물 자국 한 줄이 남는다.


하교 이후가 돼서야 그날 처음으로 일을 보고 화장실에 모여 쉰 목소리로 대화를 한다. 일과시간에는 입을 가만두지 않는 잔소리꾼이면서 아이들을 보낸 순간부터 입을 다문다. 퇴근 이후라도 공공장소에서 뛰는 아이를 지긋이 쳐다보며 하지 말라는 강렬한 눈빛을 쏜다.


일 년 내내 화장기 없는 얼굴로 “1학년 정말 힘들다”를 외치지만, 배변 실수한 녀석 옷을 빨고, 토한 녀석 얼굴을 닦아주고, 우는 녀석 안아주며


“그래도 1학년은 참 예뻐” 라며 웃는 선생님들.


분명히 일 년간 교육에 놀이에 보육까지 하며 버텼음에도, 일 년간 가장 많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1학년 아이들이라 연말이 되면 마력에 빠져 “1학년을 한 번 더 해볼까?” 고민하는 1학년 선생님들.


1학년 선생님들은 매일 아침, 어제보다 오늘 더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는 바람으로 눈을 뜬다. 귀한 아이들이 혹여나 다치지 않게, 혹여나 상처받지 않게 해주라는 기도와 함께 말이다. 부모님의 품에서 점점 벗어나는 것이 성장이다. 그 아이 곁을 지키고 계시는 학부모님과 선생님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마음을 모아 일 년을 살아간다면 아이는 그만큼 있는 힘껏 큰다.


나는 지난 2월 늦은 결혼을 했다. 1학년 24명의 아이들이 축가를 불러주기 위해 와주었다. 남편과 내가 둘 다 오열하여 결혼식을 눈물바다로 만들 뻔했지만 “차차샘! 차차샘!”을 외치는 아이들 천진난만한 목소리 덕분에 결혼식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사실 결혼식이 10분이나 지체되었다. 24명의 의상을 입힐 8명의 어른이 있었음에도 한 시간 넘게 걸린 것이다. 그들은 초등교사 아무나 못한다며 기가 모조리 빨렸다며 혀를 내둘렀다. 우리 초등교사들은 학예회 공연 전 10분 안에 모든 사이즈를 다 찾아 벗기고 입히고 묶고 신기고 잠그는 일을 해낸다.


세상이 이렇게 밝은 것은 아이들이 있어서다. 선생님은 그 아이들의 미소만으로도 모든 애씀을 보상받는다. 그 아이들이 빛날 수 있게 광을 내는 선생님들을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50화 동안 1학년 아이들 덕분에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제 성장기를 보여드렸습니다. 이제야 어느덧 새 학교 새 학급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51번째 이야기부터는 5학년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현명한 어른이 되기 위한 제 고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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