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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사랑스럽지 않은 아이

어떤 선택을 하는 교사가 될 것인가

by 차선령

1학년 입학한 지 삼일, 서로 소개하기 활동 중 아이가 운다. 꼭 쥐어 너덜너덜해진 종이에는 욕이 갈겨져 있고 까맣게 지워진 장래 희망은 살인자라고 적혀있다. 눈빛이 날카로운 녀석이 저~쪽에서 딴청을 부린다.


운 아이의 어머니께서는 아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욕을 수업 중 알게 된 것에 대해 속상함을 토로하셨다. 어머님의 심정에 공감하면서 욕을 쓴 녀석을 꼭 변화시키겠다는 약속과 함께 아이의 상처를 책임지고 보듬겠으니 믿어주시라는 부탁을 드렸다. 감사하게도 어머니께서 기다려주셨다.


같은 학생이 10월에 쓴 시이다. 그동안 뾰족한 말은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는 것을 깊이 새겼고, 함께 무엇인가 해내는 것에 대한 행복을 느꼈으며, 교실에서 웃음이 많아졌다.

이 학생을 만약 변화시키지 못했다면 내 1년은 어땠을까?

아이의 잘못을 못 본 척한다면 1년이 편안할 수 있을까?

아이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학생들은 통제가 되지 않는다.

무질서의 교실을 경험한 교사는 매년 학급을 고르는 것이 두려워진다.


나는 나의 안정을 위해 아이를 변화시키려고 애를 쓴다.

학부모님을 설득하고 함께 한 곳을 바라보는데 애를 쓴다.


누구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아이가 꼭 증명해 주길 바라면서 그 미세한 변화를 기록한다.

아이를 살피는 어른들의 도움을 통해 아이는 반드시 변한다.


절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과정은 교실에서 내가 교육적 권위를 갖고 단단하게 버틸 원동력이 된다.

이 경험들은 교사로 살아가는 삶에 차곡차곡 쌓여 매년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참 지난한 노력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준다.


11월, 부둥켜 울면서 함께 애쓴 학부모님께서 연락을 주신다.

교사는 이를 가슴에 새기고 꺼내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책상에 붙어있는 글귀다.

가장 사랑이 필요한 아이는,
언제나 가장 사랑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사랑을 요청한다.”

사랑스럽지 않은 아이를 살리는 어른이 되어보자고 올해도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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