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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sHya푸쉬야 Feb 25. 2024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1)

팬데믹과 사라진 아이





남편의 움직임이 불안했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이 아니라 나의 아픔과 동시에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마도 우주신이 나에게 준 병마들은 그만 내려놓으라는 신호였을까? 나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 직원은 12명. 

지원받아서 잘 지내고 있었던 사무공간에서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날 아침도 찻자리를 하면서 남편에게 잔소리를 했다.




"이제 지원받은 지도 꽤 오래됐고 나가야 될지도 모르니까 

여건을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아직은 아니야 - 걱정하지 마."

"......."

(속마음은 너무 걱정했다. 틀림이 없을 것이다.)

사무공간에 비해서 직원수는 많았고, 우리가 모두 다 차지하고 사용하기에는 너무 오래 지내왔기 때문이다.



.


.


.





낮 시간쯤,

"어어 - 무슨 일 있어?"

"어떻게 매번 이렇게 너는 맞고, 나는 틀리냐;; 사무공간 빼달래..;;"

".... 그럴 줄 알았지. 휴 - "






남편은 왜 세상의 모든 것을 믿고 있는 걸까? 

이 세상은 자기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나눠가져야 하는 것이기에 많은 부분들을 규칙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배려해야 하고 양보해야 하며 때로는 지혜롭게 금전적인 부를 축적해 놓아야 한다는 것,

나는 알고 너는 왜 모르는 거니.

하지만, 컨디션 회복에 최대한 신경 쓰면서 남편도 아이를 가지자고 했기 때문에 마음을 집중하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었고, 아이가 생기기 위해서 우리의 생활에서 많은 부분들이 변화하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노력한 지 3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오빠~ 나 아이 생긴 것 같아!"

"오- 진짜??????"






서로 부둥켜안고 해냈다! 해냈어! 하면서 토닥토닥.

남편은 여기저기 시댁을 시작으로 작은집이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둘이서 잠깐의 행복을 만끽했다.

(그러면서도 불안했다. 아직은 너무 이르기도 하고 주변에 알리는 것이..)

첫 임신 후 주부들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도 검색창에 

'초기임신' 

'임신 초기 증상'

'테스트기' 등등 검색해 봤다.

찾아보던 중에 알게 된 사실은 테스트기를 한 번만 해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왜?.. 아무튼 그 이후에 여러 개의 테스트기를 준비했다.

3번째 했을 때 뭔가 희미하다는 느낌과 동시에 내 몸에서도 텅 빈 느낌이 들었다.

무거웠던 몸이 서서히 가벼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착상이 잘 되지 않았고, 한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졌다.

병원 문 앞에 가보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깊은 상실감이나 슬픔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사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닿고 모아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철없는 착한 남편은 일을 더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남편의 그 마음이 자식을 위해서 계획해야 한다는 것보다 개인적인 생활에서 일에 대한 기쁨의 비중이 더 컸던 것이다.(예를 들면 작업물에 대한 성과,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기뻐하는 마음)

모르지 않았기 때문에 덜 억울했고,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개개인이 행복해야 하는 것도 맞으나 아이에 대한 계획은 좀 더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조금만 속상했다는 건 거짓말이겠지만, 한 번에 되는 것이 없는 인생에서는 당연한 결괏값이라고, 다시 다짐하고 힘을 내야 했다.



그 와중에 남편은(웃으면서) 

"다음에 또 잘되겠지-" 





아주 쿨하게 별일 아닌 것처럼 작은 위로도 없이 얼렁뚱땅 스치듯 지나갔다.

긍정적인 걸까? 우리 가족의 일보다 자신의 개인적인 일이 우선인 걸까? 

며칠 뒤, 허리가 또 아프기 시작하고 잘 펴지지 않았다. 

임신을 시도하면서부터 더 심해진 것 같았는데 달리 방법이 없었다.

독소들의 영향이 아닐까? 해서 요가를 더 열심히 하며 회복에 집중하고 있었다.


남편이 낮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일까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

사무공간 내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 놀랐다. 

이제 막 코로나 확진자가 1-2명씩 나오고 있었고, 지역을 격리하는 시기였고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들이 한 두 명씩 사망한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할 때였다.



그날부터 집 환기와 반려동물 케어 등에 신경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코로나 감염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고, 남편과 나는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감옥살이를 면할 수 없었다.

다행인 건 세상이 좋아져서 배송으로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

일단, 적절한 요가와 멘탈관리를 위한 명상,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발병은 남편이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나는 괜찮았다.

마크로 비오틱을 생활화하고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제철음식들로 정성 들여서 남편을 위해서 요리했다. 

한의사 선생님께도 연락을 취했더니 진피차를 추천해 주셨다.

하루 세끼를 마크로 비오틱 그리고 수시로 진피차 마시기. 

계획 설정을 마치고 남편에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그리고 죽기 싫으면 먹기 싫어도 먹고, 하라는 대로 해.

그리고 우리는 3일째까지 큰 증상 없이 위험한 고비를 넘길 것이고, 

7일이 되면 코로나는 사라질 거야."







아주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남편은 끄덕끄덕, 나의 눈빛에서 무서움을 느꼈을 것이다.


새벽 6시 기상 : 20분 요가, 10분 명상

오전 7시 : 마크로 비오틱 아침식사

(낮 12시 전까지 수시로 진피차 마시기)

낮 12시 : 마크로 비오틱 점심식사

(오후 6시 전까지 진피차 마시기)

저녁 7시 : 마크로 비오틱 저녁식사

(잠 자기 전 가벼운 요가, 진피차 마시기)

밤 9시 취침준비.


그렇게 3일이 지나자 남편은 호전이 있었다. 

정확히 내가 계획했던 3일 만에 큰 증상들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아프다 보니 배달음식점이 폭주했다. 

조용했던 동네가 온통 배달 오토바이 소리로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남편이 호전될 쯔음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다.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감염이 되니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남편에게 막무가내로 화를 내기도 했다. 




"왜 옮겨와서는.. 하아.. 진짜 가지가지로 한다. 나를 죽이고 싶어서 그러나...;;" 

"미안..ㅠ"







미안해하는 착한 남편이 더 미웠다. 

재난에 가까운 천재지변으로 돌고 도는 병마를 자신이 어떻게 막을 거냐고..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나쁜 사람을 만드는 것도 언제나 '나'라는 인간이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인가 보다.

그렇게 정의로운 죽음을 맞을 뻔했다. 남편을 살리고 죽은 아내. 

조선 시대였으면 열녀문이라도 세워줄 텐데 -

'옥탑방에서 남편 살리고 장렬히 생을 마감하다' 비문이라도 남겨야 하나 생각했다.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남편이 요리를 하지 못하고, 재택근무로 일도 해야 했고 아무 도움이 되질 않았다.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남편이 먹을 때 먹고, 일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쉬었다.

이후부터는 몸이 회복되는 게 더디고 힘들었다. 

남편은 팔팔하게 다시 살아나서 일터로 나갔고, 얼굴이 사색이 된 나는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격리가 끝나고 출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하는 말




"아니 근데 사람들이 코로나 치료 이후에도 잔기침하고 막 그러더라? 

아직 안 나은 건가? 나는 멀쩡하게 잘 나았는데-

그 직원들 아직 격리시켜야 하는 건가?"









(마음속으로 외쳤다)

' 내 얼굴 좀 보세요 님아, 파김치 된 거 안 보이니?

세상으로부터 격리당하고 싶지 않으면....(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직원분들 모두 아이 키우고 있고 당신 같은 착한 남편 모시고 사느라 그런 거야 ~ '






**실제 직원들 중에 주부들이 있었기 때문에 후일에 만났을 땐 아파서 황천길로 갈 뻔했다며, 

남편과 아이가 돌아가면서 코로나에 감염되다 보니.. 

정작 본인 몸은 돌보지 못하고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대한민국 주부님들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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