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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테스트, 믿을 수 있을까

정답이 아니라, 방향을 찾기 위한 도구

by Reflector

요즘은 회식 자리에서 혈액형 대신 MBTI를 묻는 시대다.

“나는 INTP야”, “나는 ENFP야” 같은 대화가 자기소개처럼 오간다.


나 역시 몇 번 해봤다. 결과는 늘 같았다. 똑같은 네 글자가 반복될 때마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믿고 싶어졌다. 신기하게도 그 설명을 읽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하지만 여기에는 바넘 효과라는 함정이 있다.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말인데도 마치 나를 정확히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착각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결과지를 들고 다니며 자신을 소개한다. 왜일까.


아마도 스스로에 대해 묻고 싶은 마음이 늘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주입식 교육 속에서 자라며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거의 받지 못했다. 답을 맞히는 훈련은 많았지만 스스로 사고하는 훈련은 부족했다. 그래서 테스트 결과가 잠시라도 그 공백을 채워줄 때, 거기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결과 자체가 아니다. 결과를 덮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그 안에서 질문을 더 이어갈 것인가. 나는 후자를 택했다. 실제로 인터넷에 들어가 “에니어그램 테스트”, “방어기제 검사” 같은 키워드를 검색했다. 단순히 결과지만 보지 않고, 해설 자료와 설명 글까지 함께 찾아 읽었다. 그렇게 얻은 정보는 다시 새로운 질문을 열어주었다.


왜 이 유형은 이렇게 행동할까? 나는 왜 이런 결과가 나왔고 내가 이렇게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질문들을 계속 던져보고 탐구했다.


성격 테스트는 진단서가 아니다. 그저 내 안을 비추는 작은 창일 뿐이다.

나는 오늘도 결과보다는 질문을 더 믿는다.

그 질문이 길을 잃었을 때, 아주 작은 불빛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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