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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린 Feb 26. 2024

일층 삼남매의 출생의 비밀

아랫층 106호에는 삼남매가 살았다.

내가 국민학교때 오빠들은 각각 5.6학년이나 중학생이었고, 막내딸은 아직 미취학인 어린 늦둥이 여자아이었다.


단편적으로 기억나는건, 그 집은 분명히 두 형제만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삼남매가 되어 있었다. 이 부분이 매우 미스테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마치, 좋아하던 배우 이름을 작정하고 떠올렸을 때 갑자기 생각 안나는 갑갑하게도 끊어져있는 기억처럼.


그 형제들은 동네 유리가게 아저씨의 수입원이었다.

가동과 나동을 가르는 마당에서 주로 야구를 했던건지, 동네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빈번했고 이어서 유리가게 아저씨가 출동했다.  2층이었던 우리 집 창문도 무사하진 않았다.


그런 형제들을 감당해야하는 106동 아주머니는 엄청난 카리스마와 목청을 가지고 있었다. 

형제들을 키우기 위한 진화일까, 아니면 형제들이 진화한걸까. 닭과 달걀의 순서 싸움이다. 


그런 집안에 갑자기 작은 여자아이가 하나 나타난것이다, 눈에 띄게 예쁜 외모는 아니었지만 어쨋든 그 집안에 여자아이 하나가 들어옴으로써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것 같았다. 오빠들이 야구하는곳에 그 아이가 항상 있었고, 유리창 깨지는 소리 대신에 그 아이 울음소리가 자주 들렸다. 짓궂은 오빠들의 막냇 동생을 향항 사랑 표현은 거칠기 그지없었다. 누군가 울어야 끝나는 것.


아랫 층 형제와 나는 전혀 개인적인 친분도, 왕래도 없었는데 내가 그 집 사정을 알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엄마심부름을 갈 때였다, 현관 문 틈으로 보이는 집안 분위기는 여자 아이가 오기 전과 후가 확실했다. 

그 아이가 오기 전 그 집은 신병 훈련소 ( 가본적은 없다.) 같았다면, 여자아이가 온 후 아주머니의 호통소리가 줄었다는 것이다. 방음이 완벽하지 않았던 그 빌라는 형제들이 왜 혼이 나고 있는지 전후 사정을 어렵지 않게 알수 있었다. 


집안 분위기를 바꿔 놓은 그 꼬맹이가 대단하다고 느꼈고, 나는 가져 본적이 없는 오빠를 둘이나 가진 그 아이를 동경한 적도 있었다. 위로 언니, 아래로 남동생을 가진 존재감 없는 둘째로서, 막내 딸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진 그 아이가 부러웠나보다. 


그 당시 난 여자아이가 누군지에 대해서 궁금한 적도, 알아보려 노력한 적도 없고 그저 동경만 했던것 같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그 아이의 정체가 너무 궁금하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진건지,, 

아저씨의 불륜녀가 낳은 자식을 데려다가 기른건지,, 불꽃 같은 카리스마 아줌마가 실제로는 비단같은 마음을 가졌을지 누가 알겠으며.. 

주택청약가점제를 노린 위장 입양일 수도 있었고? ( 드라마 모범택시의 에피소드중 하나를 인용함) 


이런 추잡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엄마한테 마침 전화가 와서 물어보았다.  


"엄마, 그 xx 아줌마 딸. 걔가 내 기억에는 갑자기 나타난거 같은데. 어디서 온거야?" 

"누구? 그 집은 아들들 밖에 없는데 .... " 


맙소사, 

갑자기 식스센스 같은 이 반전은 뭐람?

그럼 내가 본게 귀신이야 영혼이야 뭐야. 

엄마, 무섭게 그러지 말고 기억을 좀 잘 해봐요. 


엄마가 기억을 할때까지 난 이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한다.. 오늘 잠은 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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