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을 키우기 위한 진화일까, 아니면 형제들이 진화한걸까. 닭과 달걀의 순서 싸움이다.
그런 집안에 갑자기 작은 여자아이가 하나 나타난것이다, 눈에 띄게 예쁜 외모는 아니었지만 어쨋든 그 집안에 여자아이 하나가 들어옴으로써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것 같았다. 오빠들이 야구하는곳에 그 아이가 항상 있었고, 유리창 깨지는 소리 대신에 그 아이 울음소리가 자주 들렸다. 짓궂은 오빠들의 막냇 동생을 향항 사랑 표현은 거칠기 그지없었다. 누군가 울어야 끝나는 것.
아랫 층 형제와 나는 전혀 개인적인 친분도, 왕래도 없었는데 내가 그 집 사정을 알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엄마심부름을 갈 때였다, 현관 문 틈으로 보이는 집안 분위기는 여자 아이가 오기 전과 후가 확실했다.
그 아이가 오기 전 그 집은 신병 훈련소 ( 가본적은 없다.) 같았다면, 여자아이가 온 후 아주머니의 호통소리가 줄었다는 것이다. 방음이 완벽하지 않았던 그 빌라는 형제들이 왜 혼이 나고 있는지 전후 사정을 어렵지 않게 알수 있었다.
집안 분위기를 바꿔 놓은 그 꼬맹이가 대단하다고 느꼈고, 나는 가져 본적이 없는 오빠를 둘이나 가진 그 아이를 동경한 적도 있었다. 위로 언니, 아래로 남동생을 가진 존재감 없는 둘째로서, 막내 딸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진 그 아이가 부러웠나보다.
그 당시 난 여자아이가 누군지에 대해서 궁금한 적도, 알아보려 노력한 적도 없고 그저 동경만 했던것 같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그 아이의 정체가 너무 궁금하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진건지,,
아저씨의 불륜녀가 낳은 자식을 데려다가 기른건지,, 불꽃 같은 카리스마 아줌마가 실제로는 비단같은 마음을 가졌을지 누가 알겠으며..
주택청약가점제를 노린 위장 입양일 수도 있었고? ( 드라마 모범택시의 에피소드중 하나를 인용함)
이런 추잡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엄마한테 마침 전화가 와서 물어보았다.
"엄마, 그 xx 아줌마 딸. 걔가 내 기억에는 갑자기 나타난거 같은데. 어디서 온거야?"
"누구? 그 집은 아들들 밖에 없는데 .... "
맙소사,
갑자기 식스센스 같은 이 반전은 뭐람?
그럼 내가 본게 귀신이야 영혼이야 뭐야.
엄마, 무섭게 그러지 말고 기억을 좀 잘 해봐요.
엄마가 기억을 할때까지 난 이 글을 마무리 짓지 못한다.. 오늘 잠은 다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