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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Mar 06. 2024

국정원 블랙요원

대사관 긴급전화입니다

한국인 3명이 마약투약 및 판매 혐의로 체포가 되었는데 늦은 시간이었지만 사안이 중대하여 경찰서를 방문했다. 3명 중 한 명은 본인이 중국인이라고 주장하며 중국 여권과 거류증을 보여주면서 대사관 면담을 거절했고 다른 한 명은 아직도 약에 취해 있는 상태라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다. 


마지막 한 명은 다른 사람들 없이 따로 좀 얘기를 하자고 해서 옆에 사람들을 들여보내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본인이 국정원의 블랙요원이라고 즉시 빼내달라고 한다. 십중팔구는 거짓말이겠지만 혹시나 해서 우리 대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들의 이름을 아는지 물어보니 국정원은 가명을 쓰기 때문에 실명은 모른다고 했다. 국제적 마약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하여 언더커버로 잠복수사를 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이 남자는 검거 때 일본도를 휘두르면서 현장의 경찰에게 격렬하게 저항하며 부상을 입히기까지 하였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이기에 망정이지 만약 몇 개월만 더 늦게 체포되었다면 현장에서 사살을 당했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두테르테 재임기간에는 수많은 마약상들이 체포과정에서 사살되기도 했다.


그들의 신원을 확인해 본 결과, 세명 모두 한국에서도 마약 관련 범죄를 저지르고 국외로 도피 중인 수배자들이었다. 그 후에 재판을 거쳐서 단순흡입으로 기소된 명을 제외하고 명은 아직도 현지 교도소에 수감 중인데 요즘에도 면회를 가면 국정원 블랙 요원은 아니지만 정보원으로 일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인임을 호소하던 남자는 구치소와 교도소 수감시절에도 마약을 시설 내에 밀반입하여 장사를 하면서 수감시설 내 다른 마약딜러들과 갈등이 생겨서 집단 린치를 당하기도 했다. 소위 뽕쟁이라고 불리는 마약사범들은 동료 수감자들 사이에서도 사람취급을 못 받고 자기네들끼리 서로 밀고와 이간질을 하고 면회 때에도 따로 면담을 하자고 하면서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숨어서 엿들으려고 한다. 


미결수 구치소 중에는 마약사범들만 모아놓은 곳도 있는데 하도 구치소 내 마약 빌반입 시도 사례들이 많아서 우리가 가져간 라면봉지들조차도 포장을 일일이 뜯어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다녀간 후에 라면이 눅눅해지기 전에 먹어야 해서 일주일 내내 라면만 먹다가 배탈이 나기도 한다고 매운 라면 말고 순한 맛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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