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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Feb 28. 2024

허언증 환자

대사관 긴급전화입니다

주말 아침에 교민 정보 사이트에 글이 올라왔는데 본인이 민다나오 어느 도시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인데 대학교 캠퍼스 안에 공산반군으로 보이는 무장괴한들이 대학을 습격하여 금품을 빼앗기고 납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본인은 휴대폰 두 대를 가지고 있어서 한 대만 빼앗기고 지금 캠퍼스 내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본 교민들이 대사관 긴급 전화로 연락을 했고 긴급상황이니 즉시 영사가 현장을 방문하여 경찰관계자를 만나고 철저한 수색과 수사지시를 당부하고 오라는 대사의 지시가 떨어졌다.


주말이라 여행사도 문을 닫았고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항공권을 급히 예약하고 지역 경찰서장에게 이메일로 공문을 보냈다. 민다나오는 특별여행주의보가 발효된 곳이고 그 도시는 여행금지 구역은 아니지만 영사협력원이나 한인회도 없어서 도착한 다음에 이동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공항으로 출발하면서 차 안에서 그가 올린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글 자체도 앞뒤가 안 맞았지만 긴급상황에 경황이 없을 수도 있다고 치고 작성자가 전에 쓴 글을 읽어보니 대학생이라던 사람이 마닐라에서 식당 일을 한다거나 최근에도 지금 한국인데 현지인 여자친구 집을 찾아가야 하는데 방법을 묻는 등 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사이트 관리자에게 연락을 해서 올라온 글의 IP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다행히도 관리자는 바로 회신을 주었고 한국의 IP를 확인하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해당 아이피를 입력해 보니 전라남도로 나왔다. 혹시나 해서 한국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코리안 데스크였던 과학수사대 출신 경찰 지인에게 "아이피 확인을 했는데 지역이나 국가가 아예 다르게 나올 확률이 있냐"라고 물어봤더니 VPN을 쓰면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저렇게 한국의 지방으로 특정이 되어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맞다고 보면 된단다. 


담당 영사에게 허위신고일수도 있으니 일단 좀 지켜보자고 했고 우리는 보딩 직전에 버스에서 내렸다. 그 사이에 영사도 해당지역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그 대학에서 습격을 받거나 하는 보고가 접수된 사실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댓글에 '이미 대사관에 신고했고 바로 조치를 취한다'는 등의 댓글이 여럿 달리자 즉시 글을 지우고 잠적했다. 그는 그 사이트에서 여러 논란을 일으키고 분탕질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으로 추정되었는데 사이트에서 아이디가 차단되자 새로 아이디를 만들어서 글을 올렸을 거라는 추측이 있었는데 한국 경찰을 통하여 입수한 그의 주소는 그 지역이 맞았고 입수한 전화번호로 연락하자 그는 본인이 올린 게 아니라고 잡아떼다가 정식으로 수사의뢰 하겠다고 하니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는 전과자였는데 세월호 피해자를 위한 모금을 한다며 허위로 모금활동을 하다가 체포된 전력이 있다고 하며 그 후에 다른 범죄로 또 실형을 살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허언증 관심 종자의 말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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