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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Feb 27. 2024

신박한 탈옥

대사관 긴급전화입니다

탈옥은 영화에만 나오는 줄 알았다. 그 유명한 신창원 탈옥사건 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필리핀에서는 탈옥이 자주 일어난다. 실제로 영화 같은 탈옥은 아니고 외부에 병원 진료를 나갔다가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서 슬쩍 도망간다 던가 재판을 받으러 법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간수에게 뇌물을 주고 나간다고 보면 된다. 


박봉인 간수들이 이런 금전적인 유혹에 끌릴 수도 있고 돈을 받은 증거가 드러나지 않으면 징계를 받더라도 파면 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약왕이자 살인범인 박왕열도 이런 식으로 뇌물을 주고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했다.


근무 중에 본 진짜 탈옥은 딱 두 번이었는데 한국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저수지에 시신을 유기하고 국외로 도피했다가 잡힌 강 모 씨의 경우에는 비쿠탄 이민청 수용소 사무실에 점호시간이 끝나자 숨어있다가 새벽에 수용소 담장 창살에 모포를 걸치고 담을 기어올라 넘어 뛰어내려서 발목을 다쳤지만 도망을 갔다.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는 정식 수감시설이 아니라 시설이나 보안적인 허술함이 있지만 수용소 건물 자체가 경찰캠프 안에 있어서 담을 넘는다고 해도 캠프 밖을 나가긴 쉽지 않은데 외부에 조력자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잡혔지만 진짜 탈옥이었다. 


또 다른 경우는 보이스피싱 사범이었는데 보통 국외도피사범은 주범이나 상선의 경우 한국의 경찰이나 검찰에서 현지에 호송관을 파견하여 데려가는 형식이라 이 과정에서 저항은 있을지라도 도주는 불가능한데 경제사범이 자수한 경우에는 자진송환의 방식으로 이민청에서 대상자를 데려오면 대사관 직원과 공항에서 만나서 체크인하고 보딩 하는 것까지 확인하고 오는데 이 사람은 항공기 탑승 직후에 공항 화장실에 결혼반지를 두고 왔다고 금방 나가서 가져오겠다고 하고 사라졌다. 

수하물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보안절차나 직원의 동행 없이 나갈 수 있었고 그렇게 사라졌다가 몇 달 후에 다시 체포됐는데 그냥 한국에 들어가면 실형을 길게 살 것 같아서 변호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도망갔다는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 사이에도 또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를 쳤을 거라고 본다. 어쨌거나 신박한 탈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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