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적었듯이, 나는 심리상담을 진행하였다가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그때의 나의 경험을 기준으로 각각의 경험을 적어보려 한다.
내가 받은 심리상담은 각 구 보건소와 연계된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이루어졌다.
서울시의 경우 각 구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간단한 설문 작성 및 결과를 바로 볼 수도 있다.
결과를 보고 상담이 필요하다 느낄 경우 인터넷, 전화를 통해 센터 방문상담 또는 전화상담이 가능하며 몇몇 센터의 경우 가정으로 방문해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심리 상담을 통해 상담이 이루어지며 약물 등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할 경우 연계된 병원을 알려주기도 한다.
우울증의 경우 외상이 아니기에 상담자 또는 의사의 스타일에 따라
추후 상담 또는 진료가 이어질 수도 끊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섣불리 추천하기 조심스럽지만
사설 심리상담의 경우 금액적인 부분도 만만치 않음을 알기에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제안한다.
현재는 오은영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정신건강학과 전문의들을 방송 및 유튜브 핸드폰 어플을 통해 마주할 수 있고, 건강한 신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듯 건강하게 마음을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시대이지만
10여 년 전 그때는 심리상담센터 또는 정신과라는 이름만으로도 거부감이 있는 시대였다.
심리상담을 받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드물었고 정신과는 뭔가 커다란 질병이 있는 사람만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우울증은 그저 나의 의지와 노력, 종교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는 나를 보며 선택한 차선책이 심리상담이었다.
나는 밖에 나가는 것을 귀찮아하기도 했고 아기도 있어
나의 특수성을 고려해 나의 집으로 상담사가 방문해 주셨다.
첫 상담은 왜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는지를 듣고 심리검사를 진행했다.
다음 상담들은 거의 같은 패턴이었는데, 상담사는 그간 있었던 일이나 마음속 이야기들을 듣고 그 안에서 생각이나 행동면에서 조금 다르게 생각을 전환하거나 행하면 좋겠다는 일들을 짧게 한 두 가지 정도 조언해 주었다.
나의 삶을 전혀 모르는 사람,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나의 속이야기를 후련히 털어놓는 것은 생각보다 좋은 경험이었다.
이 상담이 끝나고 나면 다시 보지 않을 사람에게 나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때 왜 심리상담을 그만두었는지 돌아보면 나아지고자 하는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개선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행동들이 수반되기 어려울 정도로 난 힘이 없었다.
심리상담의 경우 우울증에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 중증우울증의 경우 뇌에서 세로토닌을 분비하지 못하는 호르몬의 문제도 수반하기에
의지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나의 경우 심리 상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았고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 정신건강 전문의를 만나게 되었다.
심리상담의 경우 1회당 가격이 몇만 원에서 몇십만 원 등으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나
병원의 경우 정해진 수가가 있기에 그 가격이 일반적으로 만원 이하라고 볼 수 있다.
(의료보험적용 시, 초진 및 심리 검사 등 검사비 제외)
병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생각보다 의사는 친절하지 않았다.(?)
못 올 곳을 온 것처럼, 내가 중병에 걸린 것처럼 안타까워하지 않고 아플 수 있고 치료하면 좋아진다는 마음으로 나를 대하는 그 의사 선생님의 담담한 말이 난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그래서인지 난 더 편안했다.
몸이 아파 병원에 온 것처럼 그저 나의 증상을 이야기하고 나의 세세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괜찮았다. 보호자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었다.
그곳에서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만큼의 이야기를 하고 나면 사람에 따라 몇 가지 검사를 진행하는데
바로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심리상담은 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하고 상담자가 끄덕이며 들어주며 내 이야기를 더 이끌어내려고 하는 느낌이라면 정신건강학과 진료는 나의 증상과 결과를 바탕으로 이 사람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분류하는 느낌이었다.
조울증입니까? No > 우울증입니까? Yes > 약이 필요한 정도입니까? Yes 이런 식 말이다.
몇 번의 내원과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사는 나에게 어떤 약을 왜 쓰려고 하는지 성분을 설명해 주었다.
처음에는 며칠에 한 번에서 일주일의 한 번으로 진료 텀이 생겼고
검사결과가 나오고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고 약이 처방되자 일주일에서 이주일로 기간을 잡았다.
약의 부작용 여부를 살펴보고 적당한 효과를 낸다고 생각이 드니
한 달에서 한 달 반정도까지도 약을 받을 수 있었다.
약값은 어떤 약을 쓰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 달 기준 1만~3만 원 좌우였다.
처음 정신과 약을 받아야 하는 처방전을 들고 어느 약국에 갈까 고민했었다.
약사는 내 처방전을 보면 우울증인지 알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아픈 사람을 쳐다보듯 안타까워하는 눈길을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이든 약국이든 그냥 나는 아픈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특별할 것도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 사실이 나를 안도하게 했다.
내가 사람을 만나지 않아서도, 운동을 하지 않아서도,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닌
어떤 사람은 배가 아프고 어떤 사람은 이가 아프고 어떤 사람은 다리가 부러지듯,
나는 뇌에서 호르몬을 만들어 내지 못해 약을 먹는 한 사람이 되었다.
우울증 약이 나의 비타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