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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틴 Jul 22. 2024

8. 사채업자를 경찰에 신고한 날

햇살이 따뜻했던 날. 점심쯤 아이랑 거실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도어록이 눌리는 소리가 났다.


띠띠띠띠. 드르륵.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당황하는 새 갑자기 문이 열렸다.

남편이었다.

남편을 보자마자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얼굴이 왜 그래?!"


얼굴 코와 이마 부분이 쓸려 살이 까진 남편은 대답대신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곤 말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상했다.

왜라고 물어도 답해주지 않는 남편은 다시 나가야 된다고 했다.


문을 가로막고 물었다.

"뭐야?! 얼굴 왜 그런 거냐고! 맞았어?"

"아니야, 건물 사이를 뛰었어."

"뭐??!!"


남편은 또 다른 카지노에 갔던 거였다.

(웬 카지노가 서울에 이리도 많은지!!)

그간 갔던 카지노에서는 그곳에 상주하는 사채업자들에게 내가 엄포(?)를 놓기도 했고 이미 그곳에서 저 사람은 돈이 없다고 판단되어 빌려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다른 카지노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의 사채업자들은 결이 다른 사람들이었나 보다.


빌려줄 땐 친절한 형님으로

돈을 다 쓰고 집으로 가고 싶어 하는 남편에게는 무서운 형님으로 변해 사는 곳을 확인해야겠다고 했다 한다.

아이와 내가 있는 집에 그 사람들이 찾아올까 무서웠던 남편은 집 근처 주소를 이야기했고 그 사람들이 집을 확인하려 남편에게 집으로 들어갔다 오라고 잠시 놔준 틈에 도망치려 건물 건물사이를 뛴 것이었다.

그러다 뛰어내린 옥상 위 쪽 빨랫줄에 안경이 걸려 얼굴이 다친 것이었다.

도망친 것이 들켜 다시 그들에게 잡혔고 진짜 집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그들이 밖에 있었기에 나에게 조용하라고 한 것이었다.


내가 지금 현실을 살고 있는 것인지 내가 듣고 있는 이 말들이 영화의 이야기인지 혼돈되는 틈에 남편은 다시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려 했다.

가지 말라는 나에게 잠깐이면 된다고 말하며 나가는 뒷모습이 싸했다.


도망치듯 후루룩 나가버리는 남편을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아 멍하게 있는 아이를 아기띠로 업은 채 뒤따라 나갔다.

남편이 보이지 않아 느낌을 따라 걸어간 길 끝이 남편이 덩치(?)들과 함께 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차가 출발하면 막지 못할 것이니 "내려"소리를 지르며 뛰어갔다.

남편을 제외한 두 세 사람이 차 안에 있었다.

내리라고 재촉하는 말에도 그는 내릴 수 없었다. 그들이 자신의 정보를 가지고 있고 가족의 얼굴을 알기에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아니 그들에 말에 따르지 않으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극한의 상황일수록 강해지는 사람이었다.


차문을 닫지 못하게 막고 주위의 사람한테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신고해 주세요 신고해 주세요 소리를 질렀다.

아이를 안은 애기 엄마가 조용한 주택가에서 살려달라 신고해 달라 소리를 들으니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오토바이로 우편물을 배달하시던 집배원 분께서 경찰에 신고해 주셨다.


난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이방인일 것이고 불법사채업자임과 불법적인 채권추심행위로 현장에서 신고할 경우 그들의 비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것을.

아니나 다를까 신고했다는 눈치를 채자 그들은 남편을 내리라 하고 차를 출발하려고 했다. 막으려고 실랑이를 할 때 경찰이 도착했다.

여경은 나를 데리고 피했고 남편과 사채업자들은 분리되었다.

그들은 그저 아는 형동생이고 사채업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남편은 그들의 눈치를 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들이 사채업자며 카지노에서 돈을 빌려주고 갚지 않자 집을 찾아오고 지금 차로 데려간다고 말했다.

남편과 그들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는 아무 일도 없다며 그냥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마치 잘 아는 사이인양 다음에 연락할게 라는 말을 하며.


경찰은 그들만의 촉으로 이미 다 알았겠지만 사실 그들을 잡아 넣을 만큼의 일은 아니었기에 나와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고 남편에게는 도박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며 떠났다.


우리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에게 왜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냐고 혼을 내면서.

남편은 그들이 지금까지 봐온 사채업자들과는 좀 달라서 두려웠다고 했다.

더 무서운 곳이고 사람들이라 느꼈다고 했다.

그들은 내일 저녁에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도 했다.


남편에게 그들에게 전화해 내일 언제까지 만나자고 먼저 전화하라고 시켰다.

그리고 남편은 집에 있고 내가 나가겠다고 했다. 남편은 손사래를 쳤다.


남편은 항상 숨기고 싶어 했다.

내가 얼마를 잃었고 얼마를 빚졌는지, 내가 간 그곳이 얼마나 악한 곳인지, 내가 만난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들인지 나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아 했다.

스스로 책임지려 했고 스스로 끊을 수 있다고 믿었다.

도박장에서 도박을 하면서도 도박중독이 되지 않는 1%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이 자신은 아닐까 했다고 했다.

그에게는 그 행위가 얼마나 악한지,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모든 것을 파열시키는 죄의 속성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사야 5:13

이러므로 나의 백성이 무지함을 인하여 사로잡힐 것이요. 그 귀한 자는 주릴 것이요. 무리는 목마를 것이며


그는 무지했다. 헛똑똑이였다.

중국인이었지만 평균이상의 교육을 받았고 그 또한 자신이 똑똑하다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세상 앞에 무지했다.

무엇이 악한지 선한지 기준이 없었다.

진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요한복음 3:21

진리를 좇는 자는 빛으로 오나니 이는 그 행위가 하나님 안에서 행한 것임을 나타내려 함이라 하시니라.


그의 삶에 진리가 필요했다.

예수님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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