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주일에 한 번 아이 낮잠시간에 맞춰 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현 도박문제예방치유원) 상담을 받았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중독자의 가족에게도 상담을 권유하는 이유는 도박을 한 사람도 사람이지만 도박중독자의 가족이 겪는 우울감과 절망감을 어루만짐과 동시에 도박중독자의 가족으로서 그들의 회복을 돕기 위해 가족으로서 해야 할 일을 알려주려 함 일 것이다.
나는 남편에게 도박중독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나와 아기가 매주 그곳에 상담을 다닐 것이다 말했다. 남편에게도 넌지시 함께 가보는 것이 어떠냐 물었지만 그걸로 무슨 도박이 끊어지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고 담백하게 말하곤 나는 꾸준히 상담을 다녔다.
다른 이는 공감할 수 없어 내가 쉬이 말을 꺼내지 못할 때 그곳이 나의 감정분출구가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몇 번의 크고 작은 남편의 카지노 방문이 있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남편을 위로했다.
"집에 잘 왔어. 도박을 끊을 마음이 있어? 다시 한번 해볼 마음이 있어? 그럼 할 수 있어. 더 한 어려움도 우리는 이겨왔어. 할 수 있어."라고.
그때 남편이 말했다.
"나도 도박중독치료센터에 같이 갈게."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자라 다른 이에게 자신의 고민을 얘기하거나 의지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더더욱 상담을 통해 무엇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의심을 했을 것이다.
그런 남편이 나에게 센터에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는 것은 그가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단도박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기뻤다.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용기를 낸 그 마음이 고마웠다.
센터마다 상담사마다 다를 수도 있겠지만
처음에는 남편과 같이 일반적인 상담을 받았고 심리검사 같은 검사지를 작성했다.(남편이 홀로 작성해 무슨 내용인지 몰라 정확히 적을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한다)
상담사는 앞으로 상담을 받을 때 혼자 받을지 또는 같이 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은 처음에는 나와 같이 상담을 받아도 상관없다 했지만 검사를 다 한 후에는 혼자 상담을 받겠다 했다.
이주일에 한번 방문상담을 받기로 결정하고 우리는 센터를 나왔다.
아기띠에 안겨 방긋방긋 웃는 돌도 안된 아기를 보며 남편은 말했다.
"미안해. 아빠가 노력할게."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것을 참고 엉덩이와 등을 두드려 주었다.
"아이고 잘했다. 아이고 이뻐. 열심히 해."
남편은 성실한 사람이었다.
상담 약속을 어기는 법이 없었다.
궂은 날씨 탓이나 하루 쉬는 날인데 상담 가야하네 같은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 상담을 다녔다.
두 달 정도의 상담이 진행될 동안 상담사를 통해 특이한 케이스라고 회복이 빨리 될 것 같다고 칭찬을 받았다며 좋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도박의 과정은 비례그래프(직선이 올곧게 쭉 일정하게 올라가는)가 아니다.
단도박의 과정은 가장 마지막 최저점을 찍고 위로 올라가나, 올라가면서도 위아래로 출렁거린다.
도박이 단번에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횟수와 금액이 줄어들면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했다.
그는 특이한 케이스의 사람이었다.
일반적이지 않게 최저점을 찍고 바로 도박을 멈춰 잘하고 있다고 칭찬받아 기뻐하는 모습이 아이 같았다.
하지만 사람은 자만하면 넘어지는 법.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하는 법이다.